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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재외국민 선거 앞두고 분열하는 미국 한인사회/ "100만표 잡아라" 유권자 등록부터 과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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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재외국민 선거 앞두고 분열하는 미국 한인사회/ "100만표 잡아라" 유권자 등록부터 과열

입력
2011.11.13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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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4월 총선에 처음 도입되는 재외국민선거를 앞두고 미주 한인 사회에 정치바람이 거세다.

재미동포들이 많이 거주하는 로스앤젤레스, 뉴욕, 워싱턴 등에는 선거를 겨냥한 조직이 벌써 10개 이상씩 생겨났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진보진영을 지지하는 조직이 결성된 것은 물론 향우회와 동창회 움직임도 활발해졌다. 대권주자 후원회 조직들도 하나 둘 고개를 들면서, 한국 정치 바람에 교포사회가 분열한다는 우려가 크다.

4월 총선의 재외국민 선거를 앞두고 13일부터 유권자 등록이 시작되자 정치 조직들은 활동을 본격화하고 있다. 유권자 등록은 동포사회의 숙원이던 참정권 실현의 첫 단계이자 투표 참가를 위한 사전 선거의 성격을 지닌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성향의 조직들은 유권자 등록을 세 불리기의 1차 기회로 보고 경쟁 조직을 경계하며 대대적인 등록운동에 나서고 있다.

이를 계기로 한국 정치까지 본격 상륙해, 한인 사회도 이념과 지역으로 대립하고 갈등하는 한국을 닮아갈 가능성이 커졌다. 미주 한인 사회는 한국 사회와 마찬가지로 세대, 이념, 지역적 갈등이 있지만 분열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한국 정치권의 구애와, 정치적 욕망이 큰 교민사회 인사들의 이해관계가 맞물리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한국 정치권과 대선주자의 한인사회 구애가 뜨거울 수밖에 없는 것은 정치적 잠재력 때문이다. 유권자가 약 100만명에 달하는 미국 한인 사회는 대선 판도를 가늠할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

미주 재외선거를 겨냥해 경쟁적으로 조직된 정치성향 조직들은 주요 도시마다 10개를 넘고 있다. 한나라당의 경우 한나라위원회와 한나라포럼, 뉴한국의힘, 한미애국총연합회 등이 주도하고 있다.

한국자유총연맹(총재 박창달)이 올해 들어 북미 지역에 16개 지부를 결성한 것도 선거용 포석이고 김덕룡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상임대표의장이 이끄는 민화협 미주지부들도 여당 성향 표심 잡기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세계한인민주회의, 민주평화통일한인연합, 인권문제연구소, 사람사는세상, 민주개혁연대 같은 조직은 민주당, 친노 진영, 진보진영으로 분류되고 있다. 한나라당 지지 조직에 비해 활동은 상대적으로 미미하지만 결속력이 강하고 젊은층의 지지율이 높다.

대권 주자를 비롯한 개인 정치인이 주도하는 조직들은 이미 활동을 시작했거나 새롭게 조직되고 있다. 한나라당 이재오 의원의 지지조직인 재오사랑, 손학규 민주당 대표의 자유광장 포럼, 민주당 정동영 최고위원의 한민족경제비전연구소, 서울대 박세일 교수의 선진통일연합 등이 결성돼 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경우 함승희 전 의원과 국가미래연구원이 박사모 포럼오래 등 다양한 조직을 정비하고 있다.

이런 조직에는 미국에서 성공해 한국 정치권에 진입한 민주당 박지원 전 원내대표, 김혁규 전 경남지사를 꿈꾸며 정치권을 기웃거리는 인사들이 가세해 있다.

일부 인사들은 여러 조직에 이름을 걸쳐 놓거나, 회장만 있고 회원이 없는 1인 조직을 결성하기도 한다. 교민 사회에는 한국의 정당들이 미주지역에 비례대표를 한 명 또는 두 명 두려 한다면서 경쟁을 유도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돌고 있다. 재미 언론인 출신 조한경씨는 "투표권 행사가 고국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계기가 되려면, 정치권이 교민들을 표나 숫자로만 대하지 말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정치인 후원회 또는 자발적 지지 모임은 선거법 규제 범위 밖에 있어 실효적인 단속 방법이 없다는 점에서 선거를 조기 과열시키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정태희 주미대사관 재외선거관은 "선거법을 위반하는 교민에게 각종 불이익을 주어 불법 선거운동을 막겠다"고 강조했으나 인력구조상 재외선거관리위원회가 불법을 감시하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따라서 한국이 선거 정국에 돌입하면 한인 조직들도 이해관계에 따라 갈등하며 한인 사회를 분열시킬 것으로 보인다. 로스앤젤레스 한인사회의 한 인사는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의 방미를 앞두고 지지그룹들이 서로 후원을 맡으려 경쟁했던 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큰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방미 때 동포 간담회에서 "한국 선거한다고 영남향우회, 호남향우회, 해병전우회, 교우회를 만들면 미국 사람들이 뭐라 할까 걱정된다"며 "그런 선거 하려면 한국 가서 하시라"고 말했다. 김동석 뉴욕ㆍ뉴저지 한인유권자센터 상임이사는 "한국 정치바람이 미국 사회와 정치권에서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야 할 한인사회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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