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저축 추가 납입으로 연말정산 미리 준비하세요.' 금융감독원이 13일 배포한 보도자료 제목이다. 작년까지 300만원이던 개인연금 소득공제 한도가 올해부터 400만원으로 높아졌으니, 추가 납입해 소득공제를 받으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미 개인연금 상품에 가입한 고객들로선 분통이 터진다. 은행 적금 수익률에도 못 미치는 낮은 수익률 때문에 되레 노후자금을 깎아먹고 있는 실정인데, 금융당국이 소득공제 확대를 이유로 추가 납입을 권유하고 있으니 화가 날 법도 하다. 고령화 사회 진전에 따라 사적연금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어 금융당국으로서도 딜레마일 수밖에 없다.
소득공제 혜택은 늘었지만
금감원은 올해부터 확대된 소득공제 한도 확대에 따른 준비법을 소개했다. 지금 가입할 경우 분기 납입한도인 300만원까지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는 것. 특히 은행과 자산운용사의 연금저축신탁ㆍ펀드 가입자는 이전보다 100만원을 더 내면 연말정산 때 그만큼 소득공제 혜택이 증가한다고 강조했다. 연봉 3,000만원인 사람이 종합소득 과세표준이 1,200만원 이하에 속해 300만원을 연금저축상품에 넣었을 때 19만8,000만원 공제를 받았다면, 100만원 더 넣을 경우 26만4,000원까지 돌려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매달 납부하는 보험료가 정해져 있는 연금저축보험 가입자도 추가 납입을 통해 소득공제 혜택을 늘릴 수 있다는 것이 금감원의 추천. 덕분에 올해 상반기 기준 개인연금 규모는 64조원에 육박, 지난해 말 대비 7.3%가 증가했다.
수익률은 떨어지고
문제는 한숨 밖에 나오지 않는 낮은 수익률이다. 은행권 연금저축의 경우 가장 많이 판매된 국공채형의 최근 3년 수익률이 연평균 3%대에 불과하다. 9월말 기준 수익률 4%를 넘긴 곳은 기업은행과 국민은행, 신한은행 정도며 산업은행, SC제일은행, 씨티은행, 하나은행 등은 정기예금의 세후 수익률인 3.6% 수준에도 못 미치는 성적표를 받았다. 신개인연금신탁 채권형의 경우 시중은행 17개 상품의 10월말 평균 수익률이 2.67%에 불과하다. 지난해 대비 1%포인트 가까이 하락한 수치다.
보험권의 연금저축보험도 속 빈 강정이기는 마찬가지다. 9월말 현재 대부분 4~5%대의 수익률을 나타내고 있지만, 매월 고객이 납입하는 보험료에서 일정 사업비를 거둬들이는 구조여서 실제 수익률은 이보다 낮을 수밖에 없다.
그래도 사적연금 필요성은 높아지고
그래도 개인연금의 확대 요구는 날로 커진다. LG경제연구원은 이날 '지속 가능한 연금제도' 보고서에서 "국민연금은 정부가 예측한 2060년보다 더 빨리 고갈될 가능성이 높다"며 "고령화 사회가 갈수록 빨라지는 상황에서 국민연금을 보완할 수 있는 퇴직연금과 개인연금 등 사적연금을 보다 강화하는 것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개인연금에 대한 공제 한도 확대 등 세제 혜택을 지금보다 대폭 늘려야 한다는 것이 연구원의 주장이다.
하지만 금융기관의 관심 부족을 개선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는 주장도 많다. 아무리 공제 한도가 많아도 수익률이 뒷받침되지 않는 한 고객들의 불만이 누적될 수밖에 없기 때문. 조남희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금융기관들이 개인연금을 예금증대, 수수료 수입 측면에서 다뤄 수익률이 예금이자보다도 못하다"며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세제혜택도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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