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의 국회 처리 시점과 방식 등을 놓고 여권 내 파열음이 커지고 있다. 이를 둘러싼 강ㆍ온파 간 인식 차이가 커서 여권 분열로 비화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여권 내 강경파의 중심은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와 청와대이다. 직접적인 언급은 피하고 있지만 "야당이 계속 물리적으로 저지할 경우 강행 처리를 해서라도 조속히 매듭지어야 한다"는 기류가 강하다. 홍 대표는 지난 9일 당 소속 의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우리가 야당의 폭력에 맞서 돌파하는 것은 대다수 국민들의 요구에 의한 '정당행위'이지 결코 '강행 처리'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여야 합의 처리가 어려운 상황인 만큼 강행 처리의 불가피성을 언급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홍 대표의 측근 인사는 13일 "비준안 처리가 너무 늦어지고 있다"며 "불필요하게 국론을 분열시킬 우려가 있기 때문에 하루라도 빨리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미 FTA 반대 여론이 점차 확산되면서 여권이 분열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강경파 내에선 이명박 대통령의 15일 국회 방문 이후에도 여야 간 타협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24일 본회의를 'D-데이'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이에 맞서 여야 합의 처리를 주장하고 있는 온건파의 중심축은 황우여 원내대표와 남경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장을 비롯한 쇄신파 의원들이다. 온건파 의원들 중 다수가 '물리력에 의한 의사진행에 동참할 경우 19대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국회 바로세우기' 모임에 소속돼 있다.
황 원내대표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처리 시한에 구애 받지 않고 야당과 대화를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온건파 내에선 한미 FTA 비준안을 12월로 넘겨 새해 예산안과 함께 처리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쇄신파인 정태근 의원은 이날 한미 FTA바준안의 여야 합의 처리와 국회 폭력 추방을 촉구하며 단식 투쟁에 들어갔다. 정 의원 역시 '국회 바로세우기' 모임 소속이다. 정 의원은 국회 의원회관 로비에서 단식에 들어가며 "대화와 타협의 의회 정치를 살리는 첫 걸음은 한미 FTA의 합의 비준"이라며 "정상적 비준과 몸싸움 방지를 위한 국회법 개정에 여야가 합의할 때까지 (단식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쇄신파 의원들은 정 의원 주장에 동조하는 의원들이 적지 않은 만큼 단식 동조자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신정훈기자 h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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