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고등어 선물세트입니다. 전 솔직히 이 고등어가 제일 맛있는 것 같아요." "명란젓은 중량 대비 가격에 있어서도 아주 저렴하고, 맛까지. 이 정도면 A++입니다."
언뜻 TV홈쇼핑 광고 같지만, 실은 파워블로그 '문성실의 이야기가 있는 밥상'의 공동구매 상품평이다. 문씨는 업체와 무관하게 제품을 먼저 사용해보고 효과가 좋아서 다른 사람들에게도 권하는 것처럼 블로그에 글을 썼다.
문씨는 이런 방식으로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 말까지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총 263회의 공동구매를 진행, 158억원어치 상품을 팔아 17개 업체에서 8억8,000여만원의 수수료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업체들이 문씨에게 건넨 수수료는 판매액의 2~10% 수준. 업체 입장에선 하루 방문자가 평균 3만~4만명에 달하는 문씨의 블로그가 놓치기 아까운 좋은 판매 창구였던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특정 제품의 공동구매를 알선한 대가로 거액의 수수료를 받은 사실을 숨겨 소비자를 기만한 인터넷 카페와 블로그 7개를 적발해 시정 조치하고, 이 중 알선 횟수와 수수료 액수가 많은 4개 파워블로그에 대해선 각각 5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공정위는 또한 구매 안전서비스에 가입하지 않았거나 청약철회를 방해하는 등 소비자 보호규정을 준수하지 않은 카페 및 블로그형 인터넷 쇼핑몰 40개에 대해서도 시정 조치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파워블로거 베비로즈(베비로즈의 작은 부엌)는 모두 85회 공동구매를 통해 58억원어치 제품을 판매한 뒤 6개 업체에서 7억6,500만원의 수수료를 받아 챙겼다. 특히 베비로즈가 공동구매로 판매한 오존세척기(수수료 2억1,000만원)가 유해하다는 정부의 조사결과가 나와 소송이 제기된 상태다. 파워블로거 오한나(마이드림의 행복한 요리), 이혜영(요안나의 행복이 팍팍) 등도 각각 1억3,600만원, 5,500만원의 수수료를 받았다.
하지만 네티즌들은 파워블로거들에 대한 정부의 시정조치가 솜방망이 처분에 불과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실제 이들의 블로그에는 "소비자를 속여 수억원을 받아 챙기고도 500만원 과태료만 물면 그만이냐", "미약한 처벌로는 파워블로거들의 얌체 상술을 막을 수 없다"는 비난의 글이 빗발쳤다. 이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소비자 기만 행위는 전자상거래소비자보호법상 과태료를 1,000만원까지 물릴 수 있으며, 1회 적발 때 과태료는 500만원이 최고 금액"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국세청은 파워블로거들의 거액 수수료 수입에 대해 세금 추징작업을 벌이고 있다. 앞서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은 9월 국감 때 파워블로거들이 공동구매로 올린 수입을 사업소득이 아닌 기타소득으로 신고해 세금을 대폭 감면받았다고 지적했다. 기타소득으로 신고하면 총 소득 중 80%를 필요경비로 공제받지만, 연 수입 2,400만원이 넘는 블로거가 사업소득으로 신고하면 실제 사용비용만 인정받거나 기준경비율(22.1%)만 공제받을 수 있다. 베비로즈의 오존세척기 공동구매 수수료 수입 2억1,000만원의 경우 기타소득으로 따지면 세금이 522만원에 불과한 반면, 사업소득으로 신고하면 4,970만원을 내야 한다.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