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의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서 일하는 애슐리(30)양은 입사 후 달라진 게 많습니다. 친구들이 부러워하는 반듯한 직장도 갖게 된 것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건강한 몸을 되찾았습니다. 2년 전만해도 그녀는 좌석이 비좁아 비행기도 타기 힘든 전형적인 비만 여성이었지만 지금은 제법 날렵한 몸매를 자랑합니다.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은 2009년부터 '다이어트왕 선발대회(Weight loss program)'를 열고 있습니다. 애슐리 양은 이 대회의 작년 우승자이지요. 해마다 봄에 열리는 이 행사는 4인1조로 참가가 가능하며 매주 몸무게를 체크해 두 달 후 최종 우승팀을 선발하는 방식입니다. 앨라배마 공장의 김영길 부장은 "몸무게를 제일 많이 줄인 조에게 월마트 상품권 등을 선물로 준다"며 "올해 참가자가 공장 직원의 12%인 270명에 달할 만큼 인기가 뜨겁다"고 전했습니다.
현대차가 다이어트 프로그램을 시작한 것은 현지의 특성 때문입니다. 미국 남부에 위치한 앨라배마주는 전통적으로 비만율이 매우 높습니다. 2007년 미국 질병통제센터(CDC) 조사에 따르면 앨라배마주는 비만율 30.3%로 50개주 가운데 2위를 차지했습니다. 기름기 많은 고칼로리 음식을 즐겨 먹는 데다 소득 수준이 낮아 여가 활동이 여의치 않아서라고 합니다.
2005년 현대차가 공장을 준공할 때에도 비만 문제는 예상치 못한 난관이었습니다. 현지 근로자들을 채용하려는데 허리도 못 숙일 정도로 비만인 사람들이 많았던 거죠. 앨라배마공장의 조립라인에 최초로 스킬렛(Skillet)이라는 오토 펌핑 장치, 즉 미용실 의자처럼 차량의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는 장치를 설치한 것도 덩치가 제 각각인 현지인들의 특성을 고려한 것이었습니다.
공장측은 결국 다이어트 프로그램이란 아이디어를 짜냈습니다. 다이어트 열기가 뜨거워지다 보니 직원들은 건강해졌습니다. 임영득 공장 부사장은 "직원들은 더 건강해지고 그 결과 회사는 생산성이 올라가는 윈-윈 효과를 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앨라배마공장이 북미 자동차 공장 가운데 생산성 평가에서 단골로 1위를 차지하는 것도 이 같은 노력과 무관치 않다는 평가입니다.
현대기아차는 유럽과 중국, 브라질 등 전세계 10여 곳에 생산거점을 갖추고 있습니다. 임 부사장은 "다이어트 프로그램처럼 현지 실정에 맞게 유연하고 창의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글로벌 진출의 가장 중요한 전략"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 앨라배마주
몽고메리시=유환구기자 red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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