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저녁 7시30분 서울 서대문구 서대문문화회관 대강당. 인권재단 ‘사람’이 주최하는 뜻깊은 행사 하나가 열렸다.‘아름다운 동행’ 이라는 이름의 이야기 콘서트다. 이날의 이야기꾼은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와 방송인 김제동씨였다. ‘사람’이 추진하는 인권센터 건립에 필요한 비용을 보태자는 목적에서 두 사람이 의기투합한 것이다.
‘사람’은 지난해 11월부터 인권센터 마련을 위해 각종 모금 사업을 벌이고 있다. 정부나 대기업의 지원 일절 없이 시민들의 자발적인 후원만으로 인권센터를 짓자는 목적이 분명하다. 그 동안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시작으로 소설가 공지영과 변호사 금태섭, 정신과 전문의 정혜신씨 등이 강사로 참여한 강연회가 11차례 진행됐으며, 다음달 회수될 ‘기적의 저금통’ 1만개도 시민들에게 배포했다.
박래군 ‘사람’ 상임이사는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인권 단체들을 지원하고 시민들과 인권활동가가 모여 소통하려면 인권센터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시간 동안 진행된 이야기 콘서트는 김씨의 사회와 ‘공존과 연대’를 주제로 한 신 교수의 강연, ‘더 숲 트리오’의 노래 등으로 채워졌다.
신 교수는 “강물은 낮은 곳으로 흘러 큰 바다를 만들어 낸다”는 말로 강연을 시작했다. 이어 그는 “세계 경제와 한국 사회는 어느덧 20대 80의 사회가 됐다. 이제 노동자는 농민으로, 도시에서 농촌으로, 머리에서 가슴 그리고 가슴에서 발로 향하는 더 낮은 곳으로의 연대가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변방과 주변부’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신 교수는 “도로는 속도와 효율성을 강조하지만 길은 기본적으로 아름다워야 한다”며 “도로가 자본의 논리라면 길은 인간의 논리”라고 설명했다. “연암 박지원이 성리학의 틀에 갇히지 않았던 것처럼 길, 변방, 주변부를 택하는 삶을 살려면 중심부를 향한 콤플렉스가 없어야 한다”는 말도 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마친 수험생들에겐 “청년 시절이 ‘꿈’과 ‘이상’의 시절이라는 것을 잊지 않는 대학 생활을 하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이야기 콘서트인 만큼 강연 중 노래를 들을 수 있는 특별한 시간도 있었다. 공연엔 김창남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김진업ㆍ박경태 사회과학부 교수로 구성된 ‘더 숲 트리오’가 무대에 올라 ‘아름다운 사람’, ‘뭉게구름’, ‘비둘기야 높이 날아라’ 등을 열창했다. ‘더 숲 트리오’는 민중가요 노래패 ‘노래를 찾는 사람들(노찾사)’의 멤버인 김창남 교수가 2004년에 결성한 포크송 그룹이다.
450여명이 참여한 공연엔 인권센터 기금 모금 행사와 목판화가 이철수씨가 기부한 목판화의 예약 판매도 진행됐다. ‘사람’ 측은 “연말까지 10억 원을 모으는 게 목표였지만 현재 2억 4천만 원 가량 모인 상태라 목표 달성은 쉽지 않아 보인다”며 “12월에 송년의 밤을 개최해 인권센터 건립을 위한 1년 활동과 모금을 결산하며 앞으로의 계획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이새하 인턴기자(성균관대 사학4)
송옥진기자 cli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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