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과 대선이 한꺼번에 치러지는 2012년의 정치권 빅뱅을 앞두고 여야 이곳저곳에서 신당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창당의 현실화 여부를 떠나 우후죽순 신당론은 기존 정당 구도가 요동칠 것임을 알려주는 전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신당론이 ‘논(論)’의 차원을 넘어 그나마 진전된 형태를 띠고 있는 것은 이른바 ‘박세일 주도 신당’이다.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은 13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12월 중으로는 (신당의) 형태를 어떻게 할지 결심할 생각”이라며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고 국민의 70~80%를 담아내는, 가치를 지향하는 정당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간 신보수, 신진보 정당이 거론됐지만 이제는 이를 묶는 정당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이사장의 신당 창당 움직임은 10ㆍ26 서울시장 보선 패배 후 “한나라당으로는 안 된다”는 보수 일각의 흐름과 맞닿아 있다. 때문에 여권의 지각 변동을 촉발하는 변수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물론 회의적인 시각이 더 많다.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은 최근 “(박세일 주도) 신당의 정책과 인물들이 새로운 정당을 만들기에는 역부족”이라며 “박근혜 흔들기에 지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최근 여권 내에선 ‘박근혜 신당론’도 등장했다. “지금의 한나라당으로는 내년 선거를 치르기 어려우니 박 전 대표가 신당을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신당론으로 이어진 것이다. 물론 친박계 의원들은 “호사가들의 구상일 뿐 근거 없는 얘기”라고 선을 그었다.
여야 정치권은‘안철수 신당’의 등장 여부에도 촉각을 세우고 있다. 정작 당사자인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언급조차 하지 않았지만, 야권의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 1위라는 그의 정치적 위상으로 인해 ‘안철수 신당’ 가능성은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또 탈이념 중도로 알려진 그의 성향 때문에 여야 어느 쪽에 속하지 않는 제3의 신당을 만들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존재하지도 않은 ‘안철수 신당’은 최근 한 언론사 지지도 조사에서 한나라당과 민주당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여권에 비해 야권의 신당론은 비교적 잠잠한 편이다. 물론 야권의 통합 논의가 다른 의미에서 신당론이라고 할 수 있다. 손학규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와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주도하는 ‘혁신과통합’은 내달 17일 야권통합 전당대회를 갖기로 했다. 내달 야권 통합 신당이 출범하는 셈이다. 한 정치권 인사는 “여러 정당이 난립한 상황에서 내년 총선이 실시되고, 그 뒤에 정계개편 과정을 거쳐 대선이 치러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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