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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과학 아는 엄마 기자]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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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과학 아는 엄마 기자] 자세

입력
2011.11.13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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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요즘 들어 부쩍 그림 그리자, 글씨 써달라 한다. 퇴근해서 저녁을 먹이고 설거지를 마치고 나면 아이가 날 졸졸 쫓아다닌다. 오늘은 뭘 그리고 싶다는둥, 무슨 글자 쓸 줄 아는데 엄마 한번 볼래 하고 종알종알거리면서. 그걸 따라 앉으면 아이는 신나서 스케치북을 펴고 마룻바닥에 엎드린다. 여러 가지 색연필을 번갈아 칠하곤 아주 진지한 눈빛으로 "엄마 이거 알아? 무지개야" 그런다. 아이가 이야기해주지 않았으면 아마 뭔지 몰랐을 테지만 일단 "우와!" 하고 감탄해주면 아이 표정에 으쓱함이 스친다.

엎드려 있는 아이를 볼 때마다 아차 싶어 작은 상을 내온다. 허리가 아플 것 같아서 말이다. 그런데 척추 전문가들은 엎드리는 건 물론이고 바닥에 상 펴고 앉는 것도 척추 발달에 그리 좋지 않다고 조언한다. 특히 어른 키에 맞는 상이나 등받이가 없는 바닥에선 팔이 너무 많이 올라가거나 허리가 구부정한 자세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봉춘 세연통증클리닉 원장은 "척추 발달에 좋은 바른 자세를 유지하려면 책상을 쓰길 권한다"며 "의자는 높이가 조절되며 등받이가 굽지 않고 평평한 게 좋다"고 말했다.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등을 곧게 펴고 가슴을 내민 채 앉는 게 바른 자세지만, 웬만한 사람들은 이렇게 앉으면 시간이 지날수록 불편해진다. 등은 점점 구부러지고 양쪽 어깨가 점점 휘어진다. 그렇게 굽어지면 더 편한 것 같지만 결국은 굽은 자세 때문에 근육통이나 거북목 같은 증상이 생긴다.

사람 몸은 원래 허리를 세우고 등을 편 똑바른 자세로 앉도록 진화해왔다. 태어난 지 얼마 안 되는 아기들이 앉는 자세가 좋은 증거다. 잘 걷지는 못해도 앉혀 놓으면 허리가 꼿꼿하고 등이 곧은 자세를 유지한다. 앉아 있을 때 우리 몸을 지탱하는 건 척추만이 아니다. 척추 주변 근육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등을 세우고 앉으면 척추 주변 근육이 수축하면서 척추에 가해지는 힘이 줄어든다. 척추에 힘이 덜 갈수록 좋은 자세가 나올 수 있다. 돌아보면 영아시절 우리 아이도 앉혀 놓으면 딱 그 자세였다. 그땐 그 자세가 편했던 게다.

하지만 요즘은 다르다. 소파에 앉아 TV를 볼 때 엉덩이를 앞으로 쑥 빼고 구부정하게 앉는가 하면, 엄마아빠 휴대전화를 갖고 놀 땐 고개를 푹 숙이고 등을 구부려 앉는다. 상 펴고 바닥에 앉을 때도 마찬가지다. 언젠가부터 아이가 구부정한 자세를 편하게 느끼게 된 게다. 최 원장은 "태어난 직후 바른 자세로 앉던 아기들이 자라면서 점점 구부정하거나 비뚤게 앉게 되는 건 주변 어른들의 자세를 보고 배우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몰랐다. 내 말이나 행동뿐 아니라 무심코 취하는 자세 하나하나까지도 아이에게 영향을 주고 있었다는 사실. 엄마는 그렇게 일상을, 삶을 자신도 모르게 아이와 공유하게 된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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