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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빛출판사' 이규상 대표/ "사진집 보름만에 2쇄 찍은 건 20년만에 처음 압축성장에 잃어버린 자신을 찾는 사람 많은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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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빛출판사' 이규상 대표/ "사진집 보름만에 2쇄 찍은 건 20년만에 처음 압축성장에 잃어버린 자신을 찾는 사람 많은 듯"

입력
2011.11.13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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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찬 사진집 <골목안 풍경 전집> 에 보여주신 관심과 성원에 감사 드립니다. 덕분에 사진출판 20여년 만에 출간된 지 보름도 안 돼 2쇄(1,500부)에 돌입하는 등 창사 이래 최고의 이변을 즐겼답니다.'

지난 주 출간된 사진집 <가덕도 숭어잡이> 의 보도자료 마지막 두 문장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새 책을 소개하는 자료에 그 책과 무관한 이런 글을 덧붙이는 건 매우 드문 일이다. 얼마나 기뻤으면 이런 인사를 하고 싶었을까. 글을 쓴 사람은 눈빛출판사 이규상(51) 대표다.

"국내에서 사진집의 주 독자층은 사진 마니아들입니다. 1988년 출판사 설립 당시 300~500명 정도였고 20년간 거의 변하지 않았는데, 최근 2, 3년 사이 1,000명쯤으로 늘어난 것 같습니다."

13일 서울 상암동 사무실에서 만난 이 대표는 언론이 꽤 이례적으로 이 사진집을 비중 있게 소개하긴 했지만, 그보다 디지털 카메라 등의 보급으로 "사진에 무관심했던 대중이 삶을 표현하는 매체로 사진을 인식하게 된 것"이 반응이 좋은 더 큰 이유라고 말했다. 게다가 "아파트로 상징되는 압축성장 과정에서 잃어버린 자신"을 발견하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도 한몫 했다고 한다.

하지만 사진 인구 증가에도 불구하고 국내 사진 관련 출판은 여전히 빈약하기 짝이 없다. 종합 출판사에서 사진집을 내는 경우가 더러 있지만 사진집을 전문으로 출간하는 곳은 1989년 <북녘 사람들> 로 출판을 시작한 눈빛이 거의 유일하다. 다른 사진 전문 출판사가 생겼던 적이 있지만 경영이 어려워 문을 닫고 말았다.

눈빛이라고 사정이 다르지 않다. 입사 3년째에 대책 없이 출판사 열화당을 그만 둔 이 대표와 미술평론가 정진국, 뒤에 영화감독이 된 여균동, 이영준 계원디자인예술대 교수 등이 모여 출판사를 등록한 게 1988년 11월. 자금은 당시 사회과학서 출판으로 여유가 있던 거름출판사가 댔다. 하지만 1년도 안 돼 거름의 사세가 기울자 눈빛은 당장 문을 닫아야 할 형편이 됐다. 이 대표가 지금 편집인ㆍ편집장으로 함께 일하는 부인 안미숙씨와 상의 끝에 인수했지만, 직원 2명에 만년 월세살이에다 "모든 걸 자력으로 해결하는 내핍 경영"으로 근근이 유지해가고 있다.

주위에서는 "연예인이나 누드 사진집 만들어 돈 벌어서 내고 싶은 사진집 내라"는 소리도 한다. 하지만 그는 "그렇게 돈 벌고 나면 원래 내려던 책을 안 내는 사람 여럿 봤다"며 돈벌이 안 되는 역사나 다큐멘터리, 때로 한국적 정서를 간직한 풍경 사진집만 고집한다. "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즐거움을 누릴 수 있"기 때문에 그래도 마음은 편하다.

지금까지 낸 사진집은 300여 종. 사진 이론서와 김영태 무용 책 등 사진집 이외 출판 분까지 더하면 모두 500종을 헤아린다. 가장 많이 팔린 책은 해방 직후부터 여순 사건, 한국전쟁기까지 사진을 모은 이경모씨의 <격동기의 현장> (1989년)이다. 7,000부 정도 나갔다. 풍경이나 누드 사진집밖에 없던 시절 이 책을 내고 "빨갱이 소리도 많이 들었다"고 한다. 기억에 남는 책은 최민식씨의 시리즈 사진집 <휴먼> 이다. 부산을 무대로 사람들의 모습을 앵글에 담아 온 이 작가는 나이 팔십을 훌쩍 넘겨서도 여전히 현역으로 활동하며 내년에 <휴먼 15집> 을 출간할 계획이다.

이 대표는 10년쯤 전부터 미국에 지사를 설립해 "한국적인 이미지를 좀더 적극적으로 해외에 소개하고 싶다"는 꿈을 키워가고 있다. 프랑스 쥘마출판사가 김유정 단편집 <소나기> 와 황석영 소설 <오래된 정원> 을 번역 출간하면서 '가장 한국적인 모습'이라며 김기찬씨의 골목 사진을 표지에 썼고, 1950, 60년대 한국의 기록사진을 사 가려고 바다 건너 찾아오는 미국인도 있다. 해외에서 눈빛의 사진을 더 평가해주고 있으니 그의 구상이 결코 엉뚱하지 않다.

"예술에 치우친 몇몇 작가가 점령한" 한국 사진계를 두고 이 대표는 "사회 발전에 기여한 게 너무 적다"고 비판한다. 그래서 그는 "삶의 궤적을 사진으로 되돌아보게 해 사진이 소비 지향이 아니라 사회적인 생산이 가능한 매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한 나라의 출판의 힘은 전문 출판에서 나온다"며 너도나도 팔릴 만한 책만 내는 국내 출판계의 '편식'도 꼬집었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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