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석 남
내가 반 웃고당신이 반 웃고아기 낳으면돌멩이 같은 아기 낳으면그 돌멩이 꽃처럼 피어깊고 아득히 골짜기로 올라가리라아무도 그곳까지 이르진 못하리라가끔 시냇물에 붉은 꽃이 섞여내려마을을 환히 적시리라사람들, 한잠도 자지 못하리
* * *
동네 미용실을 하는 어머니는 머리 이야기만 하십니다. 조금 전에 왔다간 손님 머릿결은 어떻고 요즘 유행하는 헤어스타일은 어떻고…. 노동운동 하는 송경동 시인은 만나면 노동자 이야기만 해요. 우리는 부당한 처우에 맞서는 사업장 이야기를 열 군데쯤 듣습니다. 머릿속 전부가 슬픔과 투쟁인 것 같은 그는 의외로 잘 웃어요. 힘겨운 파업 이야기를 전하다 동료 작가들이 심각한 표정으로 조금만 관심을 보여도 얼굴이 환해집니다. 그럴 때면 이 시의 아름다운 구절이 떠오릅니다. 내가 반 웃고 당신을 반 웃게 하는 일이 얼마나 힘든지요. 내가 반만 웃어야 당신도 반은 웃을 수 있다는 걸 정말 몰랐어요. 당신이 온 생 내내 저 혼자만 웃겠다는 것도 아닌데. 당신은 '오늘도 좋은 하루'라고 다정한 아침문자를 보내줍니다. 그 하루의 절반은 당신께 드리지요. 온 마을이 밤까지 환해지도록.
시인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