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9년 개항한 군산은 일제 식민 지배의 상징과도 같은 곳이다. 국내 최대 곡창지대인 호남평야에 인접한 군산은 일제의 수탈을 위한 창구 역할을 했다. 1934년 전라도 지역에서 수확한 쌀 300만석이 이곳을 거쳐 열도로 건너갔다. 일제의 지배를 통해 도시가 성장하고 해방된 뒤 도시는 퇴락한, 역설적인 역사의 공간인 셈이다.
EBS 다큐멘터리 '한국기행'은 14~17일 오후 9시30분 전북 군산시를 찾는다. 일제의 흔적들이 완연히 남아있는 이곳을 통해 근대 한반도의 뼈아픈 역사를 되짚고, 도시의 현재를 살핀다.
일제 수탈의 역사의 흔적은 군산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농장주로 막대한 부를 쌓은 일본인 시마타니 야소야가 불법으로 수집한 문화재들을 일본으로 가져가기 전 보관했던 곳인 시마타니 금고, 전형적인 일본식 가옥으로 만들어진 히로쓰 가옥 등을 돌아본다. 일본인 지주의 별장이었다가 평생 가난한 농민들을 위해 산 이영춘 박사의 진료소로 사용됐던 일명 '이영춘 가옥'을 통해 민족의 아픈 과거를 짚는다.
채만식의 소설 의 무대가 되었던 금강 하구의 채만식 문학관을 찾아 작가의 삶과 작품 세계를 들여다보기도 한다. 국내 최대 철새도래지인 금강 하구둑에서 펼쳐지는 가창오리의 화려한 군무도 보여준다.
한국전쟁 당시 북녘에서 피란 온 사람들이 터를 잡은 해망동을 찾는다. 군산 내항이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비탈에 위치한 해망동은 군산의 근대화 풍경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다.
'역전의 명수'라 불리는 야구 명문 군산상고의 과거와 현재도 소개한다. 40년 만에 모교를 찾은 군산상고 4번 타자 출신 김봉연씨와 함께 66년 전통의 빵집 이성당, 월명공원 등 학교 주변의 명소를 돌아본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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