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하지 않았는데 유쾌한 웃음이 터져 나온다. 수작이라 할 수 없으나 의미와 재미를 적당히 함께 안긴다. 할리우드 코미디 '타워 하이스트'는 관객들에게 본전 생각나지 않게 할, 제법 매끈한 상업영화다.
출연진부터 웃음을 장전하고 있다. 심각한 표정으로 웃음을 불러내는 데 일가견이 있는 배우 벤 스틸러가 이야기의 중심을 잡고, 떠버리 코믹배우 에디 머피가 뒤를 받친다. 상류층 1%에게 항상 억눌려 지내던 하위 99%가 반란을 꾀한다는 내용도 시의적절하다.
영화의 주요 배경은 미국 뉴욕의 최고급 아파트 '타워'. 시시콜콜한 집안 일에는 손끝 하나 움직이지 않는 거부들이 모여 사는 이곳의 지배인 조시(벤 스틸러)와 그의 동료들이 스크린을 이끌어 간다. 부자들 뒤치다꺼리로 평화로운 일상을 이어가던 타워의 직원들은 어느 날 날벼락과 마주한다. 타워에 거주하는 금융계의 큰 손 미스터 쇼가 사기와 횡령을 저지르면서 조시가 그에게 맡긴 직원들 연금이 몽땅 허공으로 사라지게 된 것이다.
미스터 쇼가 '법대로'를 외치며 사회가 만들어준 보호막 뒤로 숨으면서 직원들이 돈을 돌려 받을 길은 꽉 막혀 버린다. 억울함을 참지 못한 조시는 동료들과 동네 절도전과자 슬라이드(에디 머피)를 규합해 미스터 쇼의 비밀금고털이에 나선다. 오합지졸의 범죄단이 삼엄한 보안과 경계를 뚫고 자신들의 목적을 하나하나 이루어가는 과정이 웃음을 만들어낸다. 범행 중 얼굴을 가리기 위해 스키마스크를 구해오라는 조시의 지시에 동료가 눈 부위만 간신히 가리는 스키모자를 사오는 장면 등에서 웃음이 터진다. 탐욕스러운 금융가들을 비판하며 발생한 월가 점령 시위를 적절하게 은유하고 있는 점도 흥미롭다.
"저게 말이 돼?"라는 의문이 곧잘 들기도 하지만 그리 심각해질 필요는 없을 듯. 어차피 사실성을 적당히 제거한 코미디니까. 통쾌한 마지막 장면에서 흐뭇한 미소가 절로 나온다. '러시 아워' 시리즈의 브렛 래트너 감독. 12세 이상 관람가, 17일 개봉.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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