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12일 후쿠시마 제1원전 현장을 사고 발생 후 8개월 만에 언론에 공개했다.
취재진들은 이날 방호복과 전면 마스크를 착용하고 버스에 탑승해 차 내에서 수소폭발로 파손된 원자로 건물과 6월 설치된 방사성 오염수 정화시설 등을 둘러봤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공개된 현장 곳곳에는 지진으로 뒤틀린 금속자재들이 원전 주위에 널려있었으며, 대용량 물탱크 등도 구겨진 채 나뒹굴고 있었다. 교도통신 등은 쇠파이프와 원전 기둥들이 하늘로 위태롭게 솟아 있고, 복구작업을 위해 투입된 크레인들이 이를 떠받치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이날 취재진들과 동행한 후쿠시마 제1원전 요시다 마사오(56) 현장소장은 기자회견에서 “더 이상 원자로 내 온도가 상승하지 않고 있으며, 냉각도 안정돼 있는 상태지만 이미 많은 양의 방사선이 누출됐다”고 밝혔다. 또 “지진으로 무너져 내린 돌더미로 시설 대부분이 파괴돼 복구작업에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호소노 고시 일본 원전사고담당상은 “상황이 매우 안 좋지만, 최악의 위기는 넘긴 것 같다”고 말했다.
마사오 소장은 그러나 원전 해체까지 적어도 30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다. 히로아키 코이데 교토대 핵물리학과 교수는 “냉각 시스템 작동 실패로 원전 핵연료가 녹아 내린 것을 제거하는 게 가장 큰 과제”라고 말했다. 그는 또 “남아 있는 핵연료가 정확하게 어디에 얼마나 있는지 확인되지 않았다”며 “25~30년 이내에 석관 안에 파묻힌 핵연료가 바깥을 둘러싼 시멘트로 흘러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일본 정부는 사고 발생 후 원전 20㎞ 이내를 출입금지구역으로 지정하고 8만여명의 후쿠시마 주민들을 대피시켰다. 이들 주민 대부분은 안전상의 이유로 귀향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날 일부 원자로 건물 주변에서는 일반인의 연간 피폭 한도인 시간당 1m㏜의 방사선이 측정됐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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