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열리고 있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주요2개국(G2)인 미국과 중국이 일본의 TPP 협상 참여 선언을 두고 가시 돋친 설전을 벌였다. 세계 2위의 경제력을 바탕으로 아시아 지역 경제 통합의 구심점이 되려는 중국으로서는 미국 주도의 TPP 확산이 달가울 리 없기 때문이다. 중국은 TPP에는 일본과의 군사ㆍ외교 동맹을 경제 동맹으로 확대해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속셈이 깔린 것으로 보고 있다. 아사히(朝日)신문, 요미우리(讀賣)신문 등 일본의 주요 언론은 13일 일본의 TPP협상 참여 선언을 계기로 아시아의 경제 패권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치열한 경쟁이 시작됐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우회적으로 불만을 제기했다. 위젠화(兪建華) 상무부 차관보는 11일(현지시간) “일본의 TPP 협상 참여를 뉴스를 보고 알았다”며 “일본은 지금까지 한ㆍ중ㆍ일 3국간 자유무역협정(FTA) 등으로 지역 경제 통합 메커니즘을 촉진하겠다는 의사를 거듭 밝혀왔다”고 일본에 배신감을 토로했다. 중국은 그 동안 동남아국가연합(ASEAN)과 FTA를, 대만과는 경제협력기본협정(ECFA)을 체결하는 등 자국 중심의 아시아 경제 질서 구축에 힘을 쏟아왔다. 한국 및 일본과의 FTA에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왔는데 일본의 TPP 참여는 이런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다. 중국은 그러나 관영 신화통신을 통해 ‘일본이 TPP 협상 참여를 공식화했다’는 사실만 보도했을 뿐 공식 반응은 자제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의 반발에 아랑곳하지 않고 TPP를 축으로 아ㆍ태 국가들과 FTA 협상을 확대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21세기 전략적, 경제적 중심은 당연히 아ㆍ태 지역이라 생각한다”며 “미국은 향후 10년간 외교적, 경제적 전략적 투자를 이 지역에서 확실하게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도 신경전을 벌였다. 로이터통신은 12일 세계 경제 위기 극복 방안을 두고 양국 정상이 팽팽한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APEC 내 주요 기업 대표 회담인 ‘APEC 최고경영자 서미트’ 연설에서 “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낮게 유지해 세계 경제 무역 불균형을 초래하고 있다”며 “세계 경제 회복을 위해 중국은 환율과 무역 시스템에서 올바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연설 후 열린 미중 양국 정상회담에서도 후 주석에게 “미 국민과 기업들이 중국의 경제정책에 인내심을 잃고 좌절하고 있다”며 압박했다고 AFP통신이 미 고위관리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그러나 6자 회담 재개 등 안보 문제에 대해서는 양국이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이성기기자 hang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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