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관리본부가 가습기 살균제 피해에 대한 최종 동물실험 검사결과를 발표한 11일, 서울 계동 보건복지부 7층 브리핑룸에서는 한동안 소동이 벌어졌다. 이번 사태에 대한 정부의 대응에 분개한 환경단체와 피해자모임 회원들이 취재진에게 따로 입장을 발표하려고 하자 복지부 관계자가 제지하면서 몸싸움까지 벌어진 것이다.
피해자들은 "대통령이 사과 담화라도 발표하라"며 정부에 거세게 항의했다. 이들은 "정부가 제대로 피해조사를 하지 않으니 시민단체들이 나서서 하고 있다"며 "질병관리본부에서만 감당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며 환경부, 지식경제부 등 각 부처가 나서 피해조사와 보상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피해보상 문제는 향후 커다란 논란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가습기 살균제 흡입으로 인한 간질성 폐질환 환자는 현재 건강보험 적용이 되지 않는다. 질병코드 자체가 없고, 희귀ㆍ난치성 질환으로 등록도 안돼 있다. 때문에 폐 이식까지 받은 환자들은 현재 병원비가 1억원을 넘고, 약물치료비는 한 달 수백만원에 이른다.
가습기살균제피해자모임의 임종찬씨는 "나는 그나마 아들이 회복돼서 다행인 편"이라며 "쌍둥이 아이를 모두 잃은 경우도 있고, 엄청난 병원비와 회복되지 않는 질환에 짓눌려 정부에 항의할 힘조차 없는 가정이 허다하다"고 분개했다. 시민단체는 피해자가 현재까지 91명, 사망자는 18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정부가 확인한 피해자 수 34명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현재 인터넷에 개설된 피해자모임 카페는 2곳으로 회원 가입자는 1,000여명에 달한다. 이들 중 실제 피해자는 100~200명 수준인 것으로 피해자모임 측은 파악하고 있다.
따라서 향후 피해자들이 정부나 업체에 대한 소송에 나서더라도 피해자 범위를 두고 논란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제조물책임법상 업체에 소송을 낼 수 있고 정부의 관리 부실도 소송 대상이 될 수 있지만, 정부가 추산한 공식 피해자에 포함되지 않으면 입증이 쉽지 않아 배상이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소송까지 가면 피해자들의 어려움이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어 업체나 정부가 우선 피해보상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기본적으로 업체 책임이라는 입장으로, 관리 부실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려 한다는 비난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진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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