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11일 국회를 찾아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에 반대하는 야당 의원들을 만나려 했지만 야당 측은 손사래를 쳤다. FTA 비준을 놓고 이해관계가 다른 양측으로선 '만남'의 의미나 득실도 서로 다를 수밖에 없다. 이날 만남이 불발로 그치고 만 이유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이 대통령은 야당을 설득하는 모양을 갖추려 했겠지만, 민주당은 그 모양 갖추기의 들러리가 되고 싶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과 야당의 만남은 15일 다시 추진된다. 하지만 그 역시 성사 여부가 불투명하긴 마찬가지다.
이 대통령이 야당 의원들을 만나려는 1차 목적은 설득이다. 의원들과 얼굴을 맞댄 자리에서 한미 FTA의 중요성을 열정적으로 설명하고 한편으론 낮은 자세로 협조를 요청함으로써 강경파 의원들의 마음을 돌리겠다는 것이 이 대통령의 생각이다.
당장 설득에 실패한다 해도 직접 국회를 찾아가 의원들을 설득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만으로도 향후 FTA처리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도 한 것 같다. 여론 환기 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고, 약화하는 FTA 비준동력을 확보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정치권 일각에선 "여권이 FTA를 강행 처리 할 경우를 대비해 '할 만큼 했다'는 명분을 쌓으려는 의도도 깔려 있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한미 동맹의 중요성도 이 대통령의 이례적으로 여의도행을 결심한 한 배경인 것 같다. 한 여권 관계자는 "한미 관계를 위해 FTA 비준을 반드시 처리해야 하는 것은 물론, 강행 처리로 '반쪽 FTA' 가 되면 안 된다는 게 이 대통령 생각"이라고 말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2004년 1월 농촌 출신 여야 의원들의 반대로 난항을 겪고 있던 한_칠레 FTA 비준안 처리를 요청하기 위해 국회를 방문, 박관용 당시 국회의장과 여야 대표들을 만난 일이 있다.
반면 민주당 입장에선 대통령과의 만남은 정반대의 효과를 가져다 줄 수 있다. 현재 민주당의 투자자ㆍ국가소송제도(ISD) 폐기 요구에 대해 정부와 한나라당으로부터 진전된 답을 주지 않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이 대통령을 만나게 되면 얻는 것도 없이 자칫 여권의'구색 갖추기'의 들러리 노릇만 할 수 있다. 민주당이 이날 이 대통령의 국회 방문 계획에 대해 "한미 FTA를 밀어붙이기 위한 명분 쌓기"라며 강하게 반발한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
또 이 대통령의 국회 방문이 24일 본회의에서 한나라당에 '강행처리'에 나서기 위한 명분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강하게 작용한 것 같다. 민주당 이용섭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야당이 정중하게 반대 의사를 전했는데도 청와대가 일방적으로 언론에 대통령의 국회 방문 일정을 흘리는 것은 사실상 한나라당에 단독 처리를 지시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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