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에 포함된 독성물질이 원인 미상 폐질환을 일으킨 것으로 최종 확인되면서, 같은 성분이 들어있는 다른 제품들은 안전한 것인지에 대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번에 문제가 된 살균제 성분인 폴리헥사메틸렌 구아니딘 인산염(PHMG phosphate)과 올리고 에톡시에틸 구아니디움 염화물(PGH)에 관한 궁금증 등을 일문일답 형식으로 풀어본다.
_ 해당 성분이 들어있는 제품들은 무엇이 있나.
"방향제, 화장품, 샴푸, 물티슈 등 다양한 제품에 쓰인다. 그러나 주성분은 아니다."
_ 해당 성분이 들어간 제품은 모두 위험한 것 아닌가.
"가습기 살균제는 물에 풀어서 폐로 직접 장시간 흡입해 문제가 발생했다. 보건당국은 피부가 강력한 보호막이기 때문에 직접 흡입하는 형태가 아니라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또 이번에 문제가 된 성분은 살균제 중에서도 독성이 강한 물질은 아니다. 다만 직접 흡입에 따른 피해가 컸다."
_ 왜 국내에서만 문제가 된 것인가.
"세계적으로 가습기에 살균제를 풀어서 쓰는 나라는 없다. 가습기를 씻을 때 살균제를 쓰기는 하지만, 들이마시는 증기에 살균제를 푸는 국가는 없어서 피해도 보고된 적이 없다."
_ 그렇게 위험한 것이라면 왜 시판이 됐나.
"환자가 발생할 때까지 정부는 가습기 살균제의 문제점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환자가 발생한 다음에도 새로운 바이러스에 의한 것이 아닌지 검토했고 한동안 원인을 밝히지 못했다. 가습기 살균제는 인체에 직접 흡입하는 제품인데도 공산품으로 지정돼 업체가 기술표준원에 등록만 하면 성분에 대한 규제를 따로 받지 않았던 것이 문제였다."
_ 피해자들 중에 왜 산모가 많았나.
"정부가 확인한 34명의 피해자 중 여성이 29명(임산부 19명), 소아가 4명이다. 산모들은 아무래도 가정에서 장시간 집중적으로 가습기를 틀어놓았을 가능성이 크다.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김종화 교수는 '산모들은 면역력이 떨어지고 특히 만삭이 되면 횡경막 활동이 여의치 않고 허리를 구부리기 쉽지 않아 기침을 하기 어렵게 되고, 또 가래를 잘 뱉지 못하게 되면서 폐질환을 키울 수 있다'고 설명(본보 5월 10일자 9면)한 바 있다."
_ 강제수거 명령이 내려진 6종 외에 다른 가습기 살균제는 문제가 없나.
"국내 가습기 살균제는 총 20종이 있다. 이 중에서 환자가 썼던 2가지 제품에 대한 동물실험 결과, 환자의 증상과 같은 폐 섬유화(폐가 딱딱하게 굳는 것), 기관지 주변 염증, 호흡곤란 등의 증세가 나타났다. 이중 옥시싹싹 제품은 시장점유율이 가장 높은 제품이다. 이 2개 제품과 같거나 유사한 성분을 가진 6종을 리콜했다. 다른 성분에 대한 시험도 진행 중인데 아직 동물실험에서 어떠한 변화도 관찰되지 않았다. 그러나 실험 개시 3개월 후인 다음달까지 더 지켜봐야 한다."
_ 가습기 살균제 외에 다른 생활제품도 관리가 부실한 것은 아닌가.
"국무총리실은 태스크포스 팀을 구성해 가습기 살균제처럼 공산품으로 분류돼 안전성 검증이 안된 생활제품들이 있는지 살펴보고, 부처별 소관업무를 명확히 하기 위한 작업을 시작하기로 했다. 보건복지부는 가습기 살균제를 복지부가 관리하는 의약외품으로 지정하기로 했다. 의약외품으로 지정될 경우, 제조업체는 해당 제품의 안전성ㆍ유효성에 대한 시험결과를 식품의약품안전청에 제출해야 한다. 식약청은 안전하지 않은 제품은 출시를 원천 봉쇄할 수 있다. 복지부는 의약외품으로 지정한 뒤 허가를 하지 않고 아예 가습기 살균제 자체를 퇴출시키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쉽게 흡입되는 가습기 살균제의 특성상 어떤 성분이라도 안전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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