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호주 북쪽 끝 다윈에 상설 해군기지를 확보해 해병대를 주둔시키고 항구적인 군함 접근 시설을 마련한다. 이라크 및 아프가니스탄 미군의 철수와 유럽 주둔군의 감축을 추진해온 미국이 남아시아에서 군사력을 증강시키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17일 줄리아 길라드 호주 총리와 함께 다윈을 방문해 이 같은 내용의 양국 군사협력 방안을 발표한다. 미국은 이를 통해 호주군이 사용 중인 다윈 인근 로버트슨 해군기지 등을 제공받을 것으로 전해졌다.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 호주, 뉴질랜드 3국 군사동맹인 앤저스(ANZUS)동맹 60주년을 기념, 호주를 방문해 합의한 이번 군사협력은 중국과 인도를 동시에 견제하는 효과를 갖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동티모르 바로 밑에 위치한 로버트슨 해군기지는 태평양과 인도양의 길목에 있는데다 교역 요충로인 말래카 해협과도 멀지 않다. 미군으로선 로버트슨 기지를 확보함으로써 2,900㎞ 떨어진 '분쟁의 바다' 남중국해와, 인도양 및 인도에 대한 접근권을 보장받게 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군이 아시아 남쪽 지역, 특히 경제ㆍ전략적으로 중요한 남중국해에서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일본 오키나와, 괌 등에 집중된 태평양 주둔 미군이 중국 미사일 사정거리에 놓여 있다는 사실도 호주 기지의 전략적 가치를 높이고 있다. 미국 CBS 방송은 "중국군 현대화로 태평양의 미 항공모함, 지상군, 기지가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며 "다윈을 비롯한 호주 서북부는 중국 미사일의 위협 범위에서 벗어나 있다"고 지적했다.
호주 해군기지를 확보함으로써 미군은 오키나와 의존도를 낮출 수 있고, 기지 이전을 협의 중인 일본 정부는 압박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군의 호주 주둔을 계기로 일본과 한국에 있는 미군이 재배치될 경우 동아시아의 군사균형이 깨질 가능성도 있다. 중국과는 경제, 미국과는 군사 관계를 강화하는 호주가 어떤 성과를 거둘지도 관심거리다. 오바마 행정부 외교라인과 밀접한 워싱턴의 싱크탱크 신미국안보센터(CNAS)의 패트릭 크로닌 아태안보프로그램 소장은 "호주와 군사 협력을 강화함으로써 미국은 자신이 태평양의 강국이라는 사실을 과시하고 아태지역에 장기 주둔하겠다는 뜻을 재확인했다"고 해석했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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