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최정예 특수검사들을 동원해 재계서열 3위인 SK그룹의 오너 일가를 정조준하자 SK 측도 호화 변호인단을 선임해 철벽 방어에 나설 태세다.
'최태원 회장 형제 선물투자 손실 그룹 보전 의혹' 수사팀은 이중희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와 검사 5명으로 구성돼 있다. 수사팀장인 이 부장검사는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장 시절 오리온그룹 비자금 사건도 수사해 재계의 저승사자로 통한다. 한상대 검찰총장이 강조하는 '환부만 도려내는 특수수사' 패러다임을 가장 잘 구현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총괄팀장으로 수사 전반을 조율하는 조상준 부부장검사는 한번 사건에 몰입하면 끝장을 보는 '독종' 스타일로 알려져 있다. 대검 중수부와 법무부 검찰국을 두루 거쳤는데 지난 정기인사에서 "특수부에 뼈를 묻겠다"며 지청장 자리도 고사했다는 후문이다.
수사 지휘 라인에는 최교일 중앙지검장과 윤갑근 3차장검사가 포진해 있다. 최 지검장은 SK 측이 검사장 출신 변호사를 내세워 밀어붙인 최재원 부회장 출국금지 해제 요청을 단호하게 거부하는 등 외풍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8월 이례적으로 3차장검사에 유임돼 능력을 인정받은 윤 차장검사는 풍부한 특수수사 경력으로 수사팀을 이끌고 있다.
SK는 국내 최고 로펌인 김앤장 변호사들을 주축으로 방어진을 짰다. 최 지검장과 사법시험 동기인 최찬묵 변호사를 중심으로 4~5명의 검찰 출신 변호사가 투입됐다. 선임계를 내지 않고 물밑에서 움직이는 전관 변호사까지 포함하면 변호인 규모는 더 클 것으로 보인다. 본격 소환 단계가 되면 최근 퇴임한 검찰 고위 간부까지 가세한 호화 변호인단이 구성될 전망이다. SK는 2003년 분식회계 사건 때도 김앤장을 내세웠었다.
법무법인 동인도 최 회장 형제의 측근인 베넥스인베스트먼트 김준홍 대표 변호를 맡으면서 수비 쪽에 섰다. 정진호 전 법무부 차관, 서울중앙지검 부장 출신인 임수빈 변호사 등이 뛰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지난 5월 글로웍스 주가조작 사건 때도 동인과 김앤장 등 4개 법인에서 17명의 초호화 변호인단을 꾸렸다.
이번 수사의 최대 관전 포인트는 최 회장 형제의 신병처리 수위이다. 검찰 주변에선 두 사람 가운데 최 부회장이 좀 더 위험하다는 관측이 많다. 따라서 최 부회장의 구속 여부, 최 회장의 동반 사법처리 여부를 놓고 검찰과 변호인단의 치열한 수 싸움이 전개될 전망이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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