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 연립정부 구성에 합의한 그리스와 '골칫덩어리' 총리가 물러나기로 한 이탈리아.
세계 경제를 들썩이게 한 유럽 양대 진원지의 안개가 걷히면서 유럽발 경제 위기도 일단 진정국면에 접어드는 모습이다.
AP통신은 "유로존을 뒤흔들고 나라를 빚더미에 내몬 정치인 대신 전문 경제학자가 구원투수로 나서면서 불안했던 시장은 한숨 돌리는 분위기"라고 11일 보도했다. 그리스 여야는 과도정부 총리에 루카스 파파데모스 전 유럽중앙은행(ECB) 부총재를 지명했고, 사의를 밝힌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 후임에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을 지낸 마리오 몬티 보코니대 총장이 유력하다.
파파데모스가 이끄는 그리스 과도 연정은 이날 오후 공식 출범식을 갖고 업무를 시작했다. 신임 내각은 에반겔로스 베니젤로스 재무장관이 유임된 가운데 집권당인 사회당과 제1야당 신민당, 극우 소수정당 라오스 등 3당 인사들을 고루 안배했다. 이탈리아 상원도 이날 연금 개혁과 국유재산 매각 등을 골자로 한 경제안정화 방안을 가결시키며 EU의 우려를 잠재웠다. 개혁안이 12일 하원을 통과하면 베를루스코니는 곧바로 물러난다.
그리스와 이탈리아의 정국 혼란이 잦아들면서 시장에도 모처럼 파란 불이 켜졌다. ECB의 국채 매입 등에 힘입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고공 행진을 이어가던 이탈리아 국채 금리(10년 만기)는 11일 6.6%까지 떨어지며 완연한 하락세로 돌아섰다. 유럽의 호전된 분위기는 대서양 건너 미국에도 청신호를 보냈다. 뉴욕증시는 유럽 위기가 완화할 것이란 기대감으로 소폭 상승 마감했다.
그러나 위기가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우선 파파데모스 그리스 총리는 0%에 가까운 저조한 경제성장과 높은 실업률 등 악조건을 뚫고 경제개혁을 완수해야 한다. 그리스보다 건실한 이탈리아 역시 거국내각 출범과 순조로운 개혁안 이행 등 중대 과제를 안고 있다.
주변국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이탈리아의 재정위기는 여전히 유로존 전체를 급격한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견했던 누리엘 루비니 미 뉴욕대 교수는 11일자 파이낸셜타임스 기고문에서 "이탈리아는 유동성이 일시적으로 부족해서가 아니라 상환능력 자체가 결여돼 머지 않아 유로존에서 탈퇴할 공산이 크다"고 내다봤다.
이성기기자 hang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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