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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열 일곱 살의 판타지 경제학' 판타지 소설로 읽는 자본주의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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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열 일곱 살의 판타지 경제학' 판타지 소설로 읽는 자본주의 경제

입력
2011.11.11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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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일곱 살의 판타지 경제학/이고르 리프시츠 지음, 안드레이 발딘 그림·한진희 옮김플러스예감 발행·초등 고학년 이상·1만6,800원

올랴와 아빠가 보고 있던 노트북 화면에 이런 글귀가 뜬다. '임금(賃金)의 산마루로 향하기 전에 당신이 노동조합의 조합원인지를 보고 하시오.(예/ 아니오)' 올랴는 지금 컴퓨터로 아빠와 함께 자본주의의 경제원리를 알려주는 여행을 하고 있는 참이다.

"아빠 왜 컴퓨터가 이걸 알려고 해요?"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앞으로 등산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칠 것 같아." 아니오를 눌렀더니 모니터에 '경솔함'을 애석해 한다며 '해고의 빙판과 질병의 골짜기를 조심'하라는 문구가 뜬다. "흥" 하며 겁내지 않고 등산길에 나선 올랴. 그러나 그 길은 험했다. "아 힘들어." 올랴는 다시 컴퓨터를 열어서 노동조합원이 되길 희망한다고 했다. 그랬더니 좀 전에 죽을 힘 다해 넘어 온 바위가 옆으로 움직여 터널이 나오고 그 끝에 조합원 전용 엘리베이터가 있다. 아빠의 설명이 이어진다. "노동조합원들이 암석지대에 갱도를 뚫고 이 엘리베이터를 만드는 데 수십 년이나 걸렸어. 자신의 권리와 이익을 지키기 위한 사업주, 은행주, 회사 측과의 끈질긴 투쟁이었지."

<열일곱 살의 판타지 경제학> 은 러시아 경제학자가 딸에게 자본주의 경제원리를 쉽게 알려주기 위해 쓴 책이다. 노트북으로 수요, 공급, 시장균형, 마케팅, 비즈니스, 벤처 등 자본주의에 관한 경제용어들이 이름으로 붙은 도로, 강과 바다, 산을 지나는 모험을 즐기면서 올랴의 질문과 투정에 아빠가 답하는 형식. 판타지 소설 읽으며 자본주의 경제의 기본 원리를 이해하도록 돕는다.

경제 원리를 이렇게 설명하려 한 발상도 재미나지만 더 흥미로운 것은 호기심 많은 올랴의 질문들이다. 여행 초반에 '상품경제 고속도로'가 아니라 '자연경제 고속도로'를 선택하자 올랴가 탄 차가 모래 늪에 빠졌다. 그때 올랴는 "야, 이 교활한 경제나라야!"라고 외친다. 이 책, 은근히 재미있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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