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일곱 살의 판타지 경제학/이고르 리프시츠 지음, 안드레이 발딘 그림·한진희 옮김플러스예감 발행·초등 고학년 이상·1만6,800원
올랴와 아빠가 보고 있던 노트북 화면에 이런 글귀가 뜬다. '임금(賃金)의 산마루로 향하기 전에 당신이 노동조합의 조합원인지를 보고 하시오.(예/ 아니오)' 올랴는 지금 컴퓨터로 아빠와 함께 자본주의의 경제원리를 알려주는 여행을 하고 있는 참이다.
"아빠 왜 컴퓨터가 이걸 알려고 해요?"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앞으로 등산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칠 것 같아." 아니오를 눌렀더니 모니터에 '경솔함'을 애석해 한다며 '해고의 빙판과 질병의 골짜기를 조심'하라는 문구가 뜬다. "흥" 하며 겁내지 않고 등산길에 나선 올랴. 그러나 그 길은 험했다. "아 힘들어." 올랴는 다시 컴퓨터를 열어서 노동조합원이 되길 희망한다고 했다. 그랬더니 좀 전에 죽을 힘 다해 넘어 온 바위가 옆으로 움직여 터널이 나오고 그 끝에 조합원 전용 엘리베이터가 있다. 아빠의 설명이 이어진다. "노동조합원들이 암석지대에 갱도를 뚫고 이 엘리베이터를 만드는 데 수십 년이나 걸렸어. 자신의 권리와 이익을 지키기 위한 사업주, 은행주, 회사 측과의 끈질긴 투쟁이었지."
<열일곱 살의 판타지 경제학> 은 러시아 경제학자가 딸에게 자본주의 경제원리를 쉽게 알려주기 위해 쓴 책이다. 노트북으로 수요, 공급, 시장균형, 마케팅, 비즈니스, 벤처 등 자본주의에 관한 경제용어들이 이름으로 붙은 도로, 강과 바다, 산을 지나는 모험을 즐기면서 올랴의 질문과 투정에 아빠가 답하는 형식. 판타지 소설 읽으며 자본주의 경제의 기본 원리를 이해하도록 돕는다. 열일곱>
경제 원리를 이렇게 설명하려 한 발상도 재미나지만 더 흥미로운 것은 호기심 많은 올랴의 질문들이다. 여행 초반에 '상품경제 고속도로'가 아니라 '자연경제 고속도로'를 선택하자 올랴가 탄 차가 모래 늪에 빠졌다. 그때 올랴는 "야, 이 교활한 경제나라야!"라고 외친다. 이 책, 은근히 재미있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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