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민족 최고의 이야기꾼 홍명희/김남일 지음ㆍ박준우 그림/사계절 발행ㆍ232쪽ㆍ9,000원
사계절의 아동문고 '우리 시대의 인물이야기'가 10권으로 완간됐다. 1994년부터 나온 이 시리즈는 정치가 장준하, 시인 신동엽, 노동자 전태일 등 한국의 근ㆍ현대 인물을 소개하며 새로운 위인상을 정립해왔다. 뿐만 아니라 소설가 김별아(3권 민족 음악가 김순남 편), 시인 김응교(5권 민족 시인 신동엽 편) 등 쟁쟁한 작가들이 집필해 눈길을 모았다.
이번 출간된 10권 <우리 민족 최고의 이야기꾼 홍명희> 는 중견 작가 김남일씨가 집필했다. 김씨는 시인 도종환씨와 함께 1996년 홍명희문학제를 만들고, 벽초가 장편소설 <임꺽정> 에서 쓴 우리말을 연구한 논문을 발표했을 정도로 홍명희 문학에 대한 조예가 깊다. 임꺽정> 우리>
동아시아 근대 서막에서 활동했던 작가가 대개 그러하듯, 홍명희 역시 당대 최고의 엘리트 지식인이자 정치가, 예술가였다. 1888년 충청도 양반가문에서 태어나 이광수, 최남선과 친분을 쌓았고 1927년 동아일보 편집국장을 지내며 신문에 처음으로 신춘문예를 도입했다. 1948년 김구와 함께 남북연석회의에 참가한 후 북한에 남아 1961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부수상이 됐다.
이처럼 복잡다단한 그의 생애를 저자는 '소설가의 삶'으로 엮는다. '너희 나라에 책으로 몇 권씩이나 되는 <삼국지> 나 다 외워 부르려면 몇 날 며칠이 걸린다는 <마나스> 에 견줄 만한 이야기가 있느냐고 묻는다면 (중략) 어린이 여러분, 걱정하지 마세요. 여러분 곁에는 <임꺽정> 이 있으니까요.'(6쪽) 임꺽정> 마나스> 삼국지>
저자는 벽초가 <임꺽정> 의 재미를 제대로 살려내기 위해 우리말, 우리 역사, 풍속, 지리 등 근대 조선에 관한 모든 것을 집어넣었다고 말한다. 근대 역사가 집약된 <임꺽정> 은 식민지 조선 민중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홍명희가 조선일보에 이 작품을 연재한 것은 1928년. 연재소설의 인기가 대단해 이듬해 작가가 신간회 활동으로 투옥됐을 때도 옥중에서 원고를 써야 했다. 저자는 벽초가 유머와 해학, 풍자 기법을 활용한 "제대로 된 이야기꾼"이었다고 평가한다. 임꺽정> 임꺽정>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쓴 책이라 1948년 월북 이후 벽초의 삶은 다루지 않았다. 눈높이를 낮췄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하지만, 못내 아쉬운 부분이다. 참고자료와 홍명희 연보도 실었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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