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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박재동의 손바닥 아트'찌라시 그림에 숨겨진 세상의 이야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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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박재동의 손바닥 아트'찌라시 그림에 숨겨진 세상의 이야기들

입력
2011.11.11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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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동의 손바닥 아트/박재동 지음/한겨레출판 발행·292쪽·1만3,000원

한 치밖에 안 되는 칼이 사람을 죽인다면(村鐵殺人), 손바닥 크기의 그림이 세상을 흔드는 일도 충분히 가능하다. 자신의 그림 세계를 '손바닥 아트'라 칭한 화가 박재동씨의 은유가 일면 겸사 같지만 촌철살인의 논리를 수긍하다면 대단한 자부로도 읽힌다.

책에 수록된 220편의 그림은 10년 동안 축적한 손바닥 아트 수 천여 점에서 건져낸 것들이다. 그의 표현에 따르면 "하루 하루가 손가락 사이로 새어나가는 모래알처럼 느껴져서" 자신의 눈과 마음으로 해석하고 남기게 된 것들이다. 독자들은 거기서 시대를 읽고, 21세기 한국에서 산다는 것의 의미를 다시 새긴다. 물론 박재동이라는 렌즈를 통해서. 그럼에도 책이 개인의 상념을 뛰어넘는 것은 세상사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그의 고질병 때문이다.

그 같은 사회성을 그는 '찌라시 아트'라 축약한다. 눈물의 바겐세일 포스터, 과자ㆍ라면ㆍ아이스크림 봉지, 퀵 서비스 영수증, 술집 광고 전단 등 일상의 우수마발을 주워 도화지 삼아 재미로 그린 그림들이다. 그는 거기서 "천한 것 안에 있는 역동성, 솔직함, 세상의 진정성 등 엄청난 힘과 기운을 느꼈다"고 고백한다. 곧 이 책은 자신에게 영감을 준 사물들에 돌려주는 감사의 형식이다.

날이 선 요즘 젊은 만화가들의 카툰과 달리 그의 작품은 따뜻하다. 게다가 기발하다. 그러나 모두가 그의 일상이 포착한 것들이다. 때로 그것은 경이롭다. 예를 들어 "가까이 오다가 급기야는 내 얼굴 위로 기어다니기 시작했다"는 바퀴와의 생활을 기발한 그림들과 함께 무려 17쪽에 걸쳐 묘파한 대목은 그가 세상을 읽어내는 깊이와 독창성을 충분히 감지케 한다.

장병욱 선임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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