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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작은 집 큰 생각' '길모퉁이 건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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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작은 집 큰 생각' '길모퉁이 건축'

입력
2011.11.11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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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집 큰 생각/임형남·노은주 지음/교보문고 발행·244쪽·1만3,000원

길모퉁이 건축/김성홍 지음/현암사 발행·376쪽·2만원

실천적 경제학자이자 환경운동가였던 에른스트 슈마허의 대표작 <작은 것이 아름답다> 는 성장 지상주의에 경도된 현대사회에 죽비소리와도 같다. 경제성장은 인간행복을 위한 수단이어야 하지만 목적과 수단이 뒤바뀐 현실은 환경파괴와 인간성 상실이라는 부작용을 낳았다. 슈마허는 이런 악순환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인간을 위하는 지속 가능한 구조로의 전환 곧 '작은 것'으로의 변화를 촉구했다. 이 같은 성찰의 목소리와 맥을 같이 하는 두 권의 건축 관련 도서가 출간됐다. 풍요로운 삶이 결코 큰 집에서 비롯되지 않는다고 말하는 <작은 집 큰 생각> 과 5층 이하의 낮은 건물에 주목하는 <길모퉁이 건축> 이다.

'작고 소박한 집에 우주가 담긴다'는 부제를 단 <작은 집 큰 생각> 은 건축가 부부 노은주ㆍ임형남씨가 직접 경험한 삶의 기록이다. 내일이 아닌 '오늘의 행복한 삶을 담은 집이 무엇일까'라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책은 소박하다. 책 속에는 그들이 지은 작은 집과 그들의 살아온 작은 집의 이야기가 담겼다.

충남 금산에 설계한 '금산 주택'은 69㎡(21평)에 불과한 일자형 단층 목조주택이다. 퇴계 이황이 지은 4.5칸의 도산서당을 모델로 해, 방 두 칸과 마루를 둔 이 작은 집은 집주인 부부가 지내기에 적당하다. 큰 집이 사회적 성공의 한 척도로 여겨지는 현실이지만, 그들은 이것이 유명 패션 디자이너의 발표용 의상을 입고 생활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이들 부부에게 '작은 집'은 많은 의미를 함축한다. 거품을 빼고 환경을 생각하며 나아가 정신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집이다. 또한 '공간이 사람을 지배하지 않도록, 내가 감당할 수 있는 편안한 재료로, 내 몸에 맞는 규모로 짓는 집'이기도 하다. 주거공간에 대한 성찰이지만 행간에 흐르는 이들의 외침은 따스함으로의 회귀다. 욕심에 눈이 멀어 잠시 잊고 있던 아랫목의 온기, 작은 집이라면 다시 느낄 수 있지 않을까.

건축가 김성홍은 좀 더 거시적 안목에서 문제를 바라본다. 그는 <길모퉁이 건축> 에서 낮은 도시와 작은 건축이 우리 도시와 건축의 희망이라고 강조한다. 그동안 한국 경제를 떠받쳐온 건설신화에 대한 믿음은 급속히 무너졌다. 그럼에도 여전히 건설투자 비율은 선진국보다 평균 7% 포인트 이상 높은 18%에 달한다.

저자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중산층이 사라진 경제 양극화 못지않게 심화한 건축의 양극화다. 골목길과 낮은 건축을 밀어낸 재개발 열풍은 건물과 함께 자연과 생태, 문화, 주민들의 삶까지도 삼켜버렸다. 도시의 중간 지대인 이곳이 사라지면 도시의 중간 문화까지도 힘을 잃는다.

저자가 강조하는 중간 문화의 회생은 중간 건축의 회생과 맞물려있다. 가장 보편적인 땅에 보편적 기능으로 보편적 규모로 서 있는 건축이자 승강기 없이도 오르내릴 수 있고 주거, 상업, 업무 공간이 섞인 곳이 '중간 건축'이다. 중간 건축이 제 기능을 하고 살아날 때 도시의 문화는 한층 다양하고 풍성해진다. 거대한 오피스 빌딩이 몰린 테헤란로보다 작고 낮은 주거지와 상업건축이 뒤섞인 홍대 앞 골목과 신사동의 가로수길이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오늘의 도시가 왜 이런 모습을 하게 됐는지 살피기 위해 동서양의 고대를 시작으로 중세와 지하 공간, 현대의 온라인 공간까지 아우른 저자는 나름의 해결책을 이렇게 제시한다.

"도시는 살아 숨 쉬는 유기체다. 도시도 성장하고 쇠락하는 시간과 과정이 필요하다. 어린이, 청년, 노인이 공존하는 곳이 생명력 있는 도시다. 속전속결로 만드는 신도시나 재개발 단지, 거대한 복합건축이 있는 곳은 담금질된 문화의 깊이를 축적할 여유를 주지 않는다.…우리가 수십 년간 지우려고 했던 중간지대에 그 답이 있다."

이인선기자 kel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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