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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뎅기열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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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뎅기열 미스터리

입력
2011.11.1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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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모기가 많아진 듯하다. 질병관리본부에 의하면 올 여름 잦은 폭우로 웅덩이에 살던 장구벌레, 모기 유충이 쓸려나가 여름모기는 평년보다 절반 가까이 줄었다. 가을이 되면 도심의 따뜻한 지하실 하수구 정화조 등에서 장구벌레들이 으레 번식하는데, 여름모기가 귀했기 때문에 가을모기가 예년 수준이지만 많은 것처럼 느껴진다고 한다. 그럴 수 있겠다 싶다. 그런데 갑자기 뎅기열 소식이 날아들었다. 모 방송인이 지난 해 원정도박으로 도피 생활을 하다 "뎅기열에 걸렸다"고 거짓말한 이후 뎅기열이 뉴스에 등장한 것은 처음이다.

■ 뎅기열 하면 모기를 연상한다. 보건복지부는 9일 갑자기 '뎅기열 국내발생 여부 조사현황'이란 보도자료를 내놓았다. 국내에서 환자가 1명 발생했는데 원인은 알 수 없고 역학조사가 진행 중이라는 발표다. 뎅기열의 초기 증세는 고열과 두통으로 시작되기 때문에 감기 기운이 있거나 컨디션이 나쁠 경우와 거의 비슷하다. 뎅기열에 대한 인식이 전혀 없는 사람 가운데 최근 모기에 물린 경험이 있는 경우'혹시나'의심을 갖기에 충분한 상황이다. 특히 말 못하는 영ㆍ유아가 자주 보챈다면 '집에 모기가 있던데 물렸나' 의심하는 것은 당연하다.

■ 열대 풍토병인 뎅기열은 과거 국내에선 발생한 적이 없고 해외 여행 중 모기에 물렸다가 귀국해 발병한 경우가 매년 50건 정도 보고돼 있다. 동남아시아 등으로 여행이 잦아진 이후 출국 때 예방접종을 권하고 있기 때문에 말라리아 비슷한 전염병으로 인식돼 있다. 사망률은 1%에 미치지 않지만 치료약이 없고 병이 진행되면 관절 통증이 심해 '뼈를 부러뜨리는 열(breakbone fever)'이라고 불리는 만큼 일반인의 공포심은 작지 않다. 지난해 한겨울에 제주도에서 이 병의 주된 매개인 흰줄숲모기의 유충이 발견돼 법석을 떨었던 적이 있었다.

■ 가을모기에 성가셨다가 뎅기열 발생 뉴스를 접하니 깜짝 놀랄 수 밖에. 동네 병원에 문의가 빗발친다고 한다. 이렇게 법석 떨게 할 이유가 없는 일이다. 지난 4일 질병관리본부의 에 한 보고서가 소개됐는데 내용이 '국내 뎅기열 발생사례'였다. 당국이 '6월 발생'을 쉬쉬하고 있던 중 예기치 않게 보고서가 공개되자 서둘러 해명성 발표를 했다. 지금 뎅기열이 유행이라도 하는 듯 인식된 것은 당연하다. 5개월이 지나 공개하면서 여전히 원인은 모른다고 한다. '신속 공개, 불안 축소'라는 법정전염병 대응 원칙을 거꾸로 적용하고 있다.

정병진 수석논설위원 bjj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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