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후 서울 노원구 상계4동의 웅진씽크빅의 씽크센터 1호점. 165m²(50평) 정도의 공간에 모두 5개의 방이 있다.'클래스(Class)3'의 문을 열어보니 독서실처럼 10개 책상이 벽을 향해 있고 학생들은 이어폰을 끼고 동영상 강의를 듣거나 학습지를 푼다. 올 초 문을 연 이 학습센터는 현재 180명의 학생이 등록했다. 김철순 상계지점 센터장은 "학부모들 사이에 입소문이 나며 회원 수가 계속 늘고 있다"며 "학생이 몰리다 보니 주변을 스쿨 존으로 지정해 주겠다고 경찰서에서 연락이 올 정도"라고 말했다.
학습센터 모델을 2년전 처음 도입한 것은 1위 업체인 대교. 박명규 대교 눈높이사업부문 대표는 "맞벌이 부부가 증가하면서 2000년대 들어 방문 교육에 대한 요구가 줄었다"며 "반면 교사가 센터에 상주하면서 이동시간을 학습관리에 더 투입할 수 있게 되면서 서비스의 질은 크게 좋아졌다"고 말했다.
2009년 러닝센터를 오픈한 대교는 현재 500개 넘는 센터를 보유하고 있으며 전체 회원수 가운데 30% 정도가 러닝센터에 등록했다. 올 초 이 사업에 뛰어든 웅진씽크빅은 10월말 현재 170개점을 오픈했고, 교원은 올해 5월 '빨간펜 수학의 달인'이라는 공부방 사업을 시작해 100여 개점을 개설했다.
학습지 시장이 달라지고 있다. 학습지는 1990년대 회원 수가 한때 500만 명을 돌파할 만큼 한때 전성기를 누렸지만 2000년대 들어 출산율 저하로 학생수가 줄며 회원수가 10년 째 제자리 걸음이었다. 더욱이 학원이나 과외 등 사교육 시장이 위세를 떨치면서 하루 15분, 주 1회 가정을 방문하는 학습지 모델은 시대에 뒤쳐진 것 아니냐는 시선을 받았다.
하지만 학습지 업체들이 최근 양적 성장 대신 질적 변화를 꾀하면서 부활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기존의 방문 교사 모델을 변형한 러닝센터를 도입하거나, 온-오프라인 연계 프로그램을 통한 맞춤형 학습, 인터넷 강의와 공부방 등 새로운 형태로 활로를 개척하고 있다. 업체들의 변신은 최근의 자기주도 학습 추세와 맞물려 학습지 시장의 제 2의 전성기를 이끌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웅진씽크빅의 경우 지난해 말 온-오프라인 결합 학습지 '씽크U'를 선보였다. 디지털 학습지로도 불리는 이프로그램은 1년도 되지 않아 회원수가 10만 명을 돌파했다. 인기의 비결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장점을 결합한 데 있다.
이선혜 웅진씽크빅 교사는 "온라인에서 구현되는 생생한 시각자료를 통해 어려운 사회과학이나 수학의 개념을 쉽게 이해할 수 있어 학부모들의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1번 틀린 학생과 5번 틀린 학생에게 똑같은 문제가 주어지지 않는 '맞춤형 학습'과 학생들이 학습진도와 목표치를 스스로 설정하고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을 시각적으로 표현해줘 '자기주도학습'에 활용이 가능한 것도 장점. 씽크U는 현재 수학 사회과학 국어 과목을 개설했고, 다음달 영어도 추가로 선보일 예정이며 매출은 올해 350억원, 내년 5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이밖에 대교와 교원도 교육용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하는 등 E-러닝을 통한 학습 프로그램의 다양화에 힘을 쏟고 있다.
학습지 시장의 최대 고객은 초등학생. 하지만 요즘엔 선행학습이 갈수록 중시되면서 더 어린 유아시장의 규모가 커지는 추세다.
구몬수학으로 중고등학생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는 교원은 이를 파악하고 일찌감치 유아시장에 눈을 돌렸다. 이순동 구몬학습 교육연구소장은 "학습지 연령층을 유아로 확장한 이유는 빨리 시작하는 아이가 먼저 배운다는 경험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초등 1~2학년 이후에 학습지를 시작하는 회원보다 유아부터 시작하는 회원이 중도 포기하는 확률도 낮았다는 설명이다.
지난해부터 특목고 입시 전형이 자기주도학습전형으로 바뀌고 있는 것도 배경이다. 이 전형의 가장 큰 특징은 '최대한 이른 시기'부터 착실히 자기주도학습 능력을 배양한 '기록'을 입학사정관에게 제출해야 한다. 이 때문에 초등학생은 물론 유아시절부터 자기주도학습에 부합하는 학습지 교육이 각광받고 있는 것.
이계화 구몬학습지 교사는 "5세 이전에 지능 교육을 한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너무 다르다는 경험 때문에 학습지 교육을 하는 아이들의 연령이 더 낮아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교원은 2009년 '숫자가 크는 나무'와 지난해 '구몬독서'를 잇따라 출시한 데 이어 내년에는 13~30개월 아이를 대상으로 한 '베이비 구몬'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김시정 인턴기자(이화여대 사회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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