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파리드 자카리아 칼럼] 내리막길로 향하는 변동성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파리드 자카리아 칼럼] 내리막길로 향하는 변동성

입력
2011.11.11 12:02
0 0

워싱턴포스트와 abc방송의 6일 공동 여론조사는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을 보다 분명히 보여줬다. 대다수 미국인들 사이에서 소득 양극화가 더 커지고 있다는 것인데, 민주 공화 양당은 이 결과를 대해 지금까지처럼 상반된 해법을 내놓고 있다. 민주당은 격차를 줄이기 위해 정부가 더 많은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공화당은 반대한다. (여론조사는 정부의 추가 조치에 호의적이다.)

그러나 소득 불평등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사회적 계층이동에 대한 문제다. 정치권에서도 모두 공감하는 부분이다. 공화당 소속의 미치 대니얼스 인디애나 주지사는 "미국적 가치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하층에서 상층으로의 신분상승이 가능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가난 대물림하는 미국 사회

미국에서 계층이동이 여전히 자유롭다고 믿는 사람이 있다. 공화당 소속 폴 라이언 하원 예산위원장은 지난달 보수적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 연설에서 "미국에서 계급은 고정돼 있지 않다. 계층 사이의 이동이 활발하며 상승 이동하는 사회"라고 말했다. 라이언 위원장은 유럽에 대해서는 "과도한 복지국가가 귀족사회를 대신하고 있다"며 "장기 실업에 빠진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하층계급으로 고정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지난 10년간 드러난 증거는 미국의 사회적 이동성이 침체되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지난주 시사주간지 타임의 표지 제목은 "미국에서 지금도 상류층으로 이동할 수 있는가"인데 , 최근 일련의 연구들이 제시하는 답은 '아니오'다. 과거에 비해서도, 유럽에 비해서도 아니다.

최근의 가장 광범위한 연구는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실시한 것인데, 미국은 독일 스웨덴 네덜란드 덴마크 등 대부분의 유럽국가보다 계층 이동성이 크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 노동학연구소가 2006년 내놓은 보고서도 같은 결론이다.

마일스 코락 캐나다 오타와대 경제학교수의 '2010 경제적 이동성 연구'에서는 미국의 사회경제 계급구조가 캐나다에 비해 모든 면에서 더 폐쇄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경우 소득 상위 10%의 부모를 둔 아이들의 25%가 성인이 돼서도 상위 10%의 소득을 올리는 반면, 캐나다에서는 18%만이 상위 10%에 남았다. 반대로 소득 하위 10% 가정에서 자라난 미국 사람의 22%는 다시 소득 하위 10%에 남아 빈곤을 대물림 했는데, 캐나다는 이 비율이 16%로 6% 포인트 낮았다. 소득 하위 3분의 1 가정의 아이들이 중간 이상의 소득을 올리는 성인으로 성장할 확률도 미국이 캐나다에 비해 낮았다.

스콧 윈십 브루킹스 연구소 선임연구원은 7일 "모든 증거를 검토한 결과 결론은 분명하다"며 "계층 상승이 제한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고 주장했다.

이런 결과는 놀랍지 않다. 유럽국가들은 과거 계급지배의 역사에 대한 두려움 때문인지 모르지만 모두에게 평등한 기회를 주기 위해 상당한 투자를 해왔다. 훌륭한 아동 보건과 양육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공교육 제도도 미국보다 훨씬 낫다. 그 결과 가난한 집안의 아이들이 좀더 공정한 입장에서 부잣집 아이들과 경쟁할 수 있는 사회적 토대를 구축했다.

반면 복지국가라는 미국에서 저소득층의 자녀로 태어난 아이들은 영양실조에 걸릴 가능성이 많고, 유년기에 질병으로 고생하거나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할 확률이 훨씬 높다.

공교육기반 확충해 계층 이동성 높여야

소득 불균형을 해결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도전이다. 부자에게 세금을 더 걷는 것이 도움이 되겠지만 근본적인 변화를 만들어 내는 데는 한계가 있다. 세계화, 과학기술, 교육 등 많은 요인들이 얽혀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소득분포 수준을 1990년대로 되돌린다면 매년 수천억달러의 소득을 재분배하는 것과 같다. 증세보다 효과가 크다.

사회의 계층 이동성을 어떻게 높일 것인지에 대한 답은 모두가 알고 있다. 필요하다면 북유럽 국가나 캐나다의 사례를 통해 배울 수 있다. 아동을 위한 적절한 의료보호와 충분한 영양섭취 보장, 제대로 된 공교육 제도의 확립을 우선 들 수 있다. 인터넷을 포함한 수준높은 사회기반 시설을 확충해 모든 지역과 사람들이 자유경제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얻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미국을 다시 움직이게 하고, 모든 미국인들을 다시 뛰게 하는 것이다.

정리=이동현기자 nani@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