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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미래와 옛날 사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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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미래와 옛날 사이에서

입력
2011.11.11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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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손에 우리가 흘려 보낸 세월이 내려앉아 있었다. 나를 시외버스터미널까지 데려다 주기 위해 운전대를 잡은 친구의 손이었다. 마음에 11월의 낙엽 색깔 물이 든 것도 그때였다. 그곳은 이미 생소한 풍경으로 변해 있었다. 길이 없었던 곳에 길이 나 있었다.

산길을 걸어 포도가 많이 나는 그 바닷가를 찾았던 날은 어느새 옛날이 되어버렸다. 그곳이 고향인, 일찍 세상을 뜬 선배 시인을 기억했다. 그를 따라 바닷가 마을에 닿기 위해 산길을 걸으며 듣던 노래가 떠올랐다. '고향에 찾아와도 그리던 고향은 아니러고/ 두견화 피는 언덕에 누워/ 풀피리 맞춰 불던 옛 동무여.' 나도 그 노래를 좋아하는 나이가 되었다.

친구와 나는 핸드드립으로 내린 커피를 파는 전문점에서 정담을 나눴다. 미래지향적인 친구는 도전하는 앞날에 대해, 추억지향적인 나는 지나간 옛날에 대해 이야기했다. 서로의 시간을 진지하게 꺼내놓다 우리는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에서 멈췄다. 친구는 혼자 떠나는 안나푸르나 트레킹을 준비하고 있었다.

나는 2월을 추천했으나 친구는 1월에 떠나고 싶어 했다. 새해에 친구는 설산을 바라보며 천천히 걷고 있을 것이고, 나는 여전히 사소한 일에 바쁠 것이다. 친구의 승용차에서 내리며 나는 부탁했다. 네가 도전하는 몇 가지 정도는 꿈으로 남겨달라고. 하지만 내 마음은 친구를 따라 안나푸르나를 향해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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