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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안정적인 직장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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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안정적인 직장은 없다

입력
2011.11.11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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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대기업 신규 채용이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이 경쟁에는 늘 승자보다 패자가 많지만, 점점 패자의 비율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안타까워하는 주변의 시선 때문에 더욱 어깨가 움츠려 들어있을 대기업 낙방자들에게 "합격했으면 놓칠 뻔 했던 더 큰 기회를 얻게 돼 축하한다"는 격려를 보내려 한다.

세상이 어수선할수록 안정적인 직장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그 결과 최근 수년간 공무원과 교사, 대기업의 인기가 치솟았다. 개성을 조금만 죽이고 주어진 일을 성실히 수행하면 평생 순탄하게 살 수 있으리라는 기대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세상 흐름에 통찰력을 갖춘 사람들은 이런 기대가 얼마나 순진하고 위험한 것인지를 한 목소리로 경고한다. 인터넷혁명으로 세계가 점점 더 긴밀하게 연결되고 있음에 주목해 2004년 라는 책을 썼던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은 최근 자신의 입장을 수정했다. 정보통신(IT) 기술의 발전 속도가 당시 자신의 예상을 훌쩍 뛰어넘어, 단순히 '연결된'(connected) 세계는 물러가고 '극도 연결'(hyperconnected) 세계가 도래했다는 것이다.

이 극도 연결 세계에서 국가간의 정치적 제도적 지리적 문화적 경계는 무력화한다. 기업 입장에서도 '아웃 소싱'이란 개념이 무의미해진다. 요즘 미국에서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프리랜서닷컴(freelancer.com)에 들어가보면 디자인 경영 과학 공학 문필 등 전문적 능력을 갖춘 전 세계 280만 명의 프리랜서들이 전 세계의 기업을 대상으로 자신의 능력을 제공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기업은 이곳에 필요한 과제, 예를 들어 '호주시장에 적합한 추잉검 제조법'을 제시한 후 입찰자 중 가장 적합한 전문가에게 일을 맡긴다. 이처럼 기업 조직의 안과 밖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으니 회사가 대졸자를 뽑아 일을 가르쳐 평생 고용할 필요성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변화는 조직의 울타리 안에 안주하기 보다는 자신 만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역량을 키우는 젊은이에게 더 큰 기회를 제공한다. 미국 시카고 출신의 디자이너 스콧 윌슨은 애플의 소형 mp3 플레이어인 아이팟 나노를 손목시계처럼 차고 다닐 수 있는 화려한 색상의 손목 밴드를 구상했지만, 수중에 돈이 없었다. 윌슨은 자신의 아이디어를 사업자금 펀딩 사이트에 공개했고 한달 만에 50개국 1만3,500명으로부터 100만 달러의 자금을 모으는데 성공했다. 애플사가 이 제품을 세계 각국의 애플스토어에 전시하면서 윌슨은 일약 유명 디자이너의 반열에 올랐다.

가진 돈이 없더라도, 자신을 보호해 줄 조직이 없더라도 독창적 아이디어와 탄탄한 실력만 갖춘다면 그 능력을 맘껏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은 이미 갖춰져 있다. 물론 세계시장에서 경쟁하는 만큼 실패하고 좌절할 가능성도 훨씬 높을 것이다. 그러나 이미 45세 전후에 직장을 그만둬야 하는 '사오정'이 보편화한 현실을 감안할 때 도전정신이 충만한 20ㆍ30대에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한다면 이것이야 말로 '평생 직장'아니겠는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몇 년째 위기가 만성화한 듯 보인다. 하지만 다른 시각에서 보면 기존 세계경제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전환기의 징후라고 읽을 수도 있다. 현재의 어지러움은 기득권 세력이나 기성세대에게는 두려운 위기이겠지만, 젊은이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열리는 패러다임 교체기인 것이다. 한발이라도 빨리 새 패러다임에 적응하는 자가 가까운 미래의 승자가 될 것이다.

정영오 경제부 차장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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