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도가니'의 배경이 된 광주인화학교를 운영하는 사회복지법인 우석이 50억원대의 법인 재산 일체를 가톨릭 광주사회복지회에 증여하고 법인을 해체키로 했다. 그러나 증여의 진정성이 의심된다는 반대 목소리가 높아 14일 법인 허가 취소를 예고한 광주시가 어떤 결정을 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우석은 11일 광주시에서 열린 법인 설립허가 취소 청문회에 불참한 뒤 법인 기본재산 처분 허가신청서를 시에 제출했다. 우석은 신청서를 통해 56억원(감정평가금액)에 달하는 법인의 모든 재산을 사회복지법인인 가톨릭 광주사회복지회에 증여하겠다고 밝혔다. 우석은 보도자료를 내고 "법인은 인화학교의 감독자로서 제대로 그 소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국민의 질책을 받아들여 책임을 통감하는 자세로 당 법인의 재산 일체를 사회복지법인 가톨릭 광주사회복지회에 증여하고 자체 해산한다"고 밝혔다.
천주교 광주대교구는 우석의 법인 재산 증여 의사를 수용키로 했다. 광주대교구 문경구 신부는 "이 달 초 우석 측이 아무런 조건 없이 재산을 증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와 내부 논의를 했다"며 "우석 측이 법인 설립자의 친인척 및 우석 이사진이 관여하지 않겠다는 내용에 대해 공증까지 해주겠다고 하는 등 진정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해 요구를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우석의 법인 재산 증여는 광주시의 법인 허가 취소를 사전에 막고 재산이 국고 등으로 귀속되는 것을 피하려는 꼼수"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우석 측은 광주시가 법인 허가를 취소할 경우 취소 사유를 검토한 뒤 행정소송을 내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우석의 법인 정관은 법인 허가가 취소되면 그 재산을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 귀속하도록 하고 있어, 광주시가 법인 허가를 취소할 경우 재산을 증여할 수 없다.
광주시의회 문상필 환경복지위원장은 이에 대해 "인화학교 법인은 그 동안 국민의 세금과 광주시민의 혈세로 운영됐는데 수많은 비리와 범죄행위로 인해 법인을 해체하는 시점에서 타 법인에 증여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며 "기존 방침대로 법인 허가를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석 법인 설립자의 친인척 등이 가톨릭 사회복지법인에 재산을 증여한 후 운영 등에 관여하지 않겠다고 해도 이들의 영향력이 유지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인화학교 성폭력대책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강제 해체 절차를 당하는 재단이 스스로 법인 거취를 결정하겠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정말 법인에 더는 관여하지 않겠다면 행정조치를 받아들이고 이후 지방정부에서 법인을 관리하게 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시는 우석이 갑작스럽게 법인 재산 증여 발표를 하자 그 배경과 의도 파악에 나서는 등 적잖이 당황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우석 측이 아무 말도 없이 갑자기 법인 재산 증여를 들고 나와 당황스럽다"며 "법인 허가 취소를 통보키로 한 14일 이전에 법인재산 증여 등에 대한 법률 검토를 하고 인화학교 성폭력대책위 관계자들과 대책회의를 열어 법인 허가를 취소할지, 법인 재산 증여를 수용할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광주=안경호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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