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킹은 다 하고 자겠습니다. 주관식 두 번째 답은 14."(트위터 아이디 @space*****)
수능시험 응시자들이 수리영역 시험문제 풀이에 한창인 10일 오전 10시40분 트위터에 올라온 이 글로 교육 당국 및 네티즌들이 발칵 뒤집혔다. 수험생은 시험장에서 휴대폰을 소지할 수 없는데, 자신을 재수생이라고 소개한 이 수험생은 트위터로 시험 현장 상황을 생생히 전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수험생은 이날 오전 8시25분 "시험장에 들어가서도 트위터를 계속 할겁니다. 지켜봐 주셈"이라는 메시지를 시작으로 "에? 원래 수능은 예비종 안치고 바로 걷나? 헐 OMR에 침 묻었는데 가져가네"(12:15) "한국지리… 이거 모의고사 때 나오더니 또 나왔네. 3차원표 ㅋㅋㅋ"(15:00) 등 수험생이 아니면 알 수 없을 법한 내용을 계속 트위터에 올렸다.
'수능 트위터 생중계'에 놀란 교과부는 이 수험생이 경기의 한 시험장에서 시험을 치르고 있다는 것을 파악, 쉬는 시간에 금속탐지기로 휴대폰 소지 여부를 검사했다. 그러나 이 수험생의 몸에서는 휴대폰이 나오지 않았다. 알고 보니 트위터에 올릴 메시지를 컴퓨터에 미리 저장해 두면 정해진 시간에 자동으로 전송되도록 하는 '봇'(bot)이라는 프로그램을 사용했던 것이었다. 실제로 이 수험생의 메시지는 정확히 5분마다 1건씩 올라왔다.
경찰은 이 사건을 단순 장난 성격으로 보고 업무방해 혐의 등을 적용하지 않은 채 불입건 조치로 마무리했다. 교과부도 "공정성이 생명인 수능시험에 혼란을 일으킨 점을 문제삼아 업무방해 혐의로 고발을 검토했지만 경찰이 훈방 조치함에 따라 현재로선 제재할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한편 서울 종로구의 한 시험장에선 장애인 수험생 1명이 부정행위를 시도하려다 적발됐다. 이 수험생은 초소형 무선이어폰, 휴대용 전화기, 중계기 등을 붕대에 감아 숨긴 채 시험장에 들어가려다 감독관의 금속탐지기에 적발돼 격리조치됐다. 이 수험생은 장애학생에게는 비장애학생보다 1.5~1.7배의 수험시간이 주어지는 점을 이용, 외부에서 답안을 불러주면 받아 적는 수법으로 부정행위를 하려던 것으로 전해졌다.
수능을 주관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측은 "이 수험생은 1교시 시작 전에 적발됐고, 본인이 부정행위를 할 의도가 있었음을 인정했다"며 "경찰에 수사 의뢰할 것"이라고 밝혔다. 교과부의 정종철 대입제도과장은 "수능 전에 제보가 접수돼 언론을 통한 시험답안지 공개 시간을 최대한 늦췄다"고 말했다.
한준규기자 manbok@hk.co.kr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