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은 끝났지만 대입 관문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올해는 정시모집 인원이 줄어든데다 처음으로 수시에서 미등록 충원이 실시돼 정시로 이월되는 인원이 대폭 감소하는 만큼 어느 때보다 치밀한 전략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수능이 전반적으로 쉬웠던 만큼 수시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논술과 구술면접 등도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2012학년도 정시모집에선 지난해보다 5,000여명이 줄어든 14만 5,000여명을 선발한다. 수능성적이 평소보다 잘 나왔다면 수시에 연연하지 말고 정시 입시 전략을 짜는데 전력투구해야 한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교육평가연구소 평가이사는 "최상위권 학생들은 수능이 상대적으로 쉽게 나와 좀 손해를 봤을지 몰라도, 중위권 학생들 사이에선 여전히 수능이 변별력을 크게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며 "평소보다 수능 성적이 잘 나온 경우 정시에 무게중심을 두고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상위권 학생들 논술 좌우
최상위권 학생들의 경우 논술준비에 박차를 가해야 할 것 같다. 이영덕 대성학원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수능이 쉽게 나와 정시에서도 다른 전형요소의 비중이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서울대는 논술과 학생부, 연·고대도 학생부 성적이 당락을 좌우할 것"이라는 진단이다.
서울대는 정시 1단계에서 수능 성적으로만 모집정원의 2배수를 선발한 다음, 2단계에서 학생부 교과 성적 30%, 비교과 성적 10%, 논술고사 30%, 수능 30%를 반영한다. 금년부터 수능 반영비율을 20%에서 30%로 높였지만 1단계를 통과한 수험생 사이에 성적 차이가 아주 적을 것으로 예상돼 학생부와 논술고사가 결정적일 것으로 보인다. 연세대, 고려대 역시 정시 정원의 70%를 수능 성적으로만 우선 선발하지만 나머지 30%를 선발할 때 학생부를 50% 반영하므로 학생부 영향력이 작년보다 커진 셈이다.
중위권 학생들 수리, 탐구 관건
하지만 여전히 정시모집에서 수능성적이 당락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서울의 주요 대학들은 정시모집 정원의 50~70%를 수능성적으로만 선발하는 수능우선선발전형을 실시하고 있다. 이영덕 소장은 "올해 언어 외국어영역이 쉽게 출제돼 탐구영역이 상대적으로 어려웠다. 탐구영역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학생은 대학별 반영비율이 높은 곳을 따져서 지원하면 유리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희동 진학사 입시분석실장은 "수리 가형에 고난이도 문제가 있어 까다로웠던 만큼 자연계 학생들은 수리 점수를 보고, 인문계열은 언어점수까지 고려해 정시에 남을지 수시를 노릴지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생활기록부 성적이 불리하고 논술고사에 자신이 없지만 수능성적은 좋다면 '수능 100% 반영 전형'도 눈여겨볼 만하다. 건국대 가ㆍ나군, 경희대와 서울시립대 가ㆍ다군, 중앙대 나ㆍ다군, 동국대ㆍ인하대ㆍ한국외대 가군, 숙명여대ㆍ한양대 나군 등이 해당된다. 다만 수능성적이 탁월한 재수생, 반수생, 특목고생의 지원이 많아 경쟁률과 합격점수가 높은 점을 유의해야 한다. 임성호 하늘교육대표이사는 "점수 인플레가 심해져 중위권 자체가 두터울 것으로 예상한다. 정시 합격을 노린다면 소신지원보다 하향 지원하는 게 현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시 2차 기회 적극 살려야
수능성적이 기대보다 낮다 해도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 수시모집은 정시모집과 달리 수능 외 다른 전형요소의 반영비율이 높은 전형이 있으므로 본인의 비교우위를 잘 살린다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손은진 메가스터디 전무는 "수능을 조금 망쳤더라도 학생부, 논술, 구술 등 가장 자신 있는 분야를 집중 공략하면 충분히 만회할 수 있다"고 말했다. 건국대, 이화여대, 동국대, 숙명여대, 서울시립대 등 주요 대학들 중 상당수가 수능 이후 수시 2차 원서 접수를 실시한다.
수능 이후 수시에 지원할 때 학생부 성적이 뛰어나다면 학생부 100% 전형을, 학생부 성적이 좋지 않다면 논술, 적성검사 등 대학별 고사 전형을 노려야 한다. 논술고사는 수시 1차처럼 상당히 어렵게 출제될 것으로 예상되므로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수시 2차에 지원할 때는 정시지원 가능성을 열어두고 대학 2~3개를 선별해 소신 지원하는 게 좋다. 합격하면 정시모집 지원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김희동 진학사 실장은 "당장 이번 주말부터 대학별 고사가 실시된다. 수능을 못 봤다고 낙담해 있지 말고 수시 대비에 전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윤주기자 k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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