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 남자부 LIG손해보험이 1승5패에 빠졌다. 사실상 꼴찌다. 상무신협이 5전 전패로 최하위에 '대신' 이름을 올리고 있지만 프로팀이 아닌 까닭에 동등하게 비교하긴 어렵다.
LIG는 한때 우승후보에 꼽히며 배구판에서 '나름' 입지를 구축했다. 스타 플레이어 보유도 남부럽지 않았다. 자원 하나하나만 놓고 보면 뒤질 이유가 전혀 없을 정도다. 지난 시즌 챔피언 삼성화재에 맞서 당당하게 '자신의 배구'를 추구하던 팀이 LIG다. 그런 이유에서 LIG에 대해 배구계 안팎에서는 올 시즌 기대가 컸다.
LIG도 심기일전했다. 우선 사령탑을 교체했다. 김상우 감독 대신 10년째 대학 배구를 휩쓸던 이경석 경기대 감독을 영입해 팀을 재정비했다. 구단에서는 선수단 운영 전권을 이 감독에게 몰아주며 힘을 실어줬다. 그런 LIG가 이상하리만치 힘을 쓰지 못하고 비틀거리고 있다. 팀 성적이 안 좋다 보니 이런 저런 뒷말도 무성하게 흘러나온다.
대표적으로 팀의 간판이자 레프트 공격수 김요한을 센터로 기용한 것에 대해서다. 자연스레 김요한과 이 감독의 불화설이 나돌기도 했다. 또 이 감독이 대학시절 아끼던 제자인 세터 황동일에 대한 잦은 질책도 팀 분위기를 해친다는 말이 새 나왔다.
용병 밀란 페피치의 의욕상실도 눈에 띈다. 페피치는 대체 용병설과 보스니아에서 온 여자 친구를 만나는 문제로 팀과 갈등을 빚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경기에서도 지고, 선수 운용에서도 점수를 잃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날로 커지고 있다. 이 감독뿐만 아니라 구단 전체가 깊은 고민에 빠진 이유다.
LIG가 10일 경북 구미 박정희체육관에서 열린 KEPCO와의 경기에서 힘 한번 제대로 쓰지 못하고 0-3(18-25 15-25 23-25)으로 완패했다.
홈에서 단 한 세트도 건지지 못하고 무너진 것에 대해 이 감독은 "선수들이 제자리를 못 찾고 있다. 특히 세터와 센터에서 부족한 면이 많다. 하지만 2라운드부터 차츰 나아질 것이다.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이와 반대로 KEPCO는 잔칫날 분위기다. 프로출범 이후 첫 4연승(1패)을 달린 KEPCO는 드림식스를 4위로 밀어내고 단독 3위로 올라섰다.
KEPCO는 프로배구 '원조 거미손' 센터 방신봉의 블로킹(4득점)과 신인 서재덕의 13득점을 앞세워 LIG를 손쉽게 따돌렸다. 용병 안젤코 추크는 양팀 최다인 21득점(블로킹 3득점)으로 일본에서 자신을 불러준 신춘삼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신감독은 "이기는 데만 집중하는 배구가 아니라 경기를 거듭할수록 선수들의 최대치를 뽑아내 퍼즐을 완성해나가는 아트(Art)배구를 완성하고 싶다"며 체력만 받쳐준다면 우승까지 문제없다고 자신했다.
앞서 열린 여자부 경기에서는 현대건설이 IBK기업은행을 3-1(25-22 22-25 25-21 25-17)로 꺾고 개막 4연승을 달렸다. 용병 쉐리샤 리빙스턴(19점)과 센터 양효진(18점)이 37득점을 합작했고 신인 김진희(15점)와 김수지(11점)도 26득점을 보탰다. 현대건설은 특히 블로킹 수 11-5에서 보듯 높이의 우위를 바탕으로 경기를 손쉽게 풀어갔다.
구미=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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