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중앙회를 4년간 이끌 대표를 뽑는 농협중앙회장 선거가 10일 후보자 등록 마감 결과 최원병 현 농협중앙회장, 김병원 전남 나주ㆍ남평농협 조합장, 최덕규 경남 합천 가야농협 조합장의 3파전으로 확정됐다. 출마자가 모두 3년 전 선거에도 입후보했던 '리턴 매치'란 점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차기 농협회장은 내년 3월 농협중앙회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을 분리하는 사업구조개편을 마무리 짓고 안착시켜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떠맡게 된다. 경북 포항 동지상고 출신인 최원병 회장은 농협사업구조개편을 자기 손으로 성공시키겠다며 '재선 고지'에 도전했고, 김병원 최덕규 조합장은 정부가 약속한 4조원 지원만으로는 사업구조개편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다며 최 회장의 협상력 부족을 공격하고 있다.
선거전은 시작 전부터 최 회장을 둘러싼 후보자격 논란이 벌어지는 등 혼탁양상이다. 회장 선거에 입후보 하려면 농협 정관상 중앙회 출연으로 운영하는 관계법인 농민신문의 회장직을 선거 90일 전에 사퇴했어야 했는데 이를 어겼다는 것이다. 쟁점은 중앙회가 출연했느냐 여부. 농협 노조는 이날 "1982년 농민신문사 설립 당시 중앙회가 48만원을 출연했다"며 "자격 미달인 최 회장은 후보 등록을 철회하라"고 주장했으나 최 회장측은 "48만원은 농협이 낸 출연 재산이 아니라 회원들이 모아낸 회비일 뿐"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임기 4년인 농협중앙회 회장은 비상근직이긴 하지만 조합원 회원수 245만명, 총자산 287조원, 계열사 22개사를 총괄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농업계의 대통령'으로 불린다.
2008년 선거에서는 1차 투표에서 김병원 조합장이 1위를 차지했으나 과반수를 넘지 못해 2위인 최원병 회장과 결선투표에서 맞붙었다. 이때 3위였던 최덕규 조합장이 최원병 지지를 선언했고, 결국 최 회장이 역전 당선됐다. 그래서 김 조합장은 설욕전을 벼르고 있다. 최덕규 조합장은 새 바람을 불어넣겠다는 각오다.
농협 노조 관계자는 "회장직을 수행할 마땅한 인물이 없다"면서도 "현 판세라면 섣불리 예측하긴 힘들지만 아무래도 현직인 최원병 회장이 유리하지 않겠냐"고 예상했다.
한편 이번 선거는 1,167개 조합장이 뽑은 대의원 288명이 투표하는 간접선거로 18일 치러진다. 회장 선거 때마다 금품 및 향응 제공 등 불법 선거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되자 잡음을 없애기 위한 조치로 서울시 선거관리위원회가 모든 과정을 관리한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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