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막을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 단순히 승리하는 게 아니라 파키스탄인민당(PPP)을 쓸어버릴 겁니다.”
6일(현지시간) 파키스탄 펀자브주(州) 라호르 유세장. 연단에 선 야당 ‘테리크 에 인사프’의 임란 칸 당수는 구름처럼 모인 지지자들을 향해 두 손을 번쩍 치켜 올렸다. 마치 크리켓 선수 시절 승리의 영광을 재현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스포츠 스타로 국민영웅 대접을 받았던 칸 당수가 2013년 총선에서 집권에 성공해 정계에서도 우뚝 설 수 있을까.
지지자들의 열기만 보면 이미 권력을 잡은 것이나 다름 없다. 이날 유세장에 모인 젊은층과 지식인 등 파키스탄 중산층 10만여명은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환호성을 질렀다. 파키스탄무슬림리그(PML-N) 소속 아야즈 아미르 의원은 “이런 광경을 과거에는 본 적이 없다”며 “파키스탄에서 변화를 원하는 외침이 울려 퍼지고 있는 것”이라고 놀라워했다. 칸 당수는 대중적 인기를 바탕으로 집권여당인 파키스탄인민당의 연립정부가 직면한 정치, 경제, 안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그러나 칸 총재가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고 전했다. 바다르 알람 헤럴드 매거진 편집자는 “칸 당수의 웅변을 많이 들었지만 정작 무슨 의제를 주장하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6월 미 여론조사기관 퓨 리서치 센터 조사 결과 그는 지지율이 68%에 달할 정도로 대중적 인기가 높지만, 이는 고사 직전에 처한 정부에 대한 불만에서 오는 반사이익이라는 지적이 많다. 의회에서 단 한 석도 갖고 있지 못할 정도로 정치적 기반이 빈약하다. 또 탈레반과의 전쟁을 종식하고 미국과는 거리를 두겠다는 생각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집권하기 위해서는 대중적 인기를 의석으로 현실화할 수 있어야 한다. 알람은 “칸 당수가 차기 총선에서 총리가 되기 위한 토대를 마련하려면 자신이 부패 정치인이라고 공격한 이들과 손을 잡아야 하는데 이것이 치명적인 약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성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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