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해고와 총파업으로 맞서 11개월 동안 노사 갈등을 빚었던 한진중공업 사태가 양측의 합의로 원만하게 일단락된 것은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다. 한진중공업 사태는 한 기업의 노사문제를 넘어 정리해고를 둘러싼 우리 사회의 갈등양상이 상징적으로 표출된 사안이었다. 이번 사태는 기업의 일방적이고 무모한 정리해고는 회사의 경영 개선에 도움을 주기는커녕 노사 모두에게 피해를 주고 사회 전체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교훈을 남겼다. 아울러 노사문제 해결에 기업 경영자가 어떤 태도를 보여야 하는지도 깨닫게 했다.
한진중공업 노조는 노사 잠정합의안을 투표 없이 만장일치로 받아들였다. 합의안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권고를 근간으로 노사 양측이 세부적 사항을 조정한 결과다. 본인 의사가 무시된 정리해고 근로자 94명 모두를 재고용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한진중공업은 지난해 12월 일방적으로 400명을 해고한다고 발표했다가 총파업 과정에서 306명을 희망퇴직으로 전환했다. 회사가 정리해고의 기본 요건인 해고 회피 노력이나 노조와의 협의를 일방적으로 무시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최고경영자의 소극적 태도도 문제다. 사회단체와 정치권이 마구 개입하여 상황이 확대되기까지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이기는커녕 수개월씩 해외에 체류하며 사태 진정만 기다린 결과 오히려 회사에 더 큰 짐을 지우게 됐다. 경찰의 어설픈 대응도 그렇다. 9일의 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총회가 미뤄진 것은 체포영장 집행을 위한 공권력 투입 때문이었다. 300일 넘게 크레인농성을 벌여온 김진숙 씨가 자진출석을 약속한 마당에 그럴 필요가 없었다.
이번 합의안이 사실상 정치권의 압력과 중재로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당사자인 노사 양측이 굳게 지키겠다는 의지가 필요하다. 합의 내용에는 상대방에 대한 형사고발 및 손해배상청구 취하 등 미묘한 사안들이 포함돼 있고, 회사의 구조조정은 여전히 불가피한 형편인 만큼 상호신뢰는 앞으로 더 많이 요구될 수밖에 없다. 사법 당국도 합의의 취지를 훼손하지 않도록 신경을 써주길 바란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