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치러진 대학수학능력시험은 지난해보다 대체로 쉬웠다. 입시업체들은 언어 수리 외국어영역의 1등급 구분점수(원점수 기준)가 각각 지난해보다 2~7점씩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3개 영역을 모두 합치면 인문계의 경우 지난해보다 11~17점, 자연계의 경우 10~20점 가량 높아질 것이라는 계산이다.
교사들은 "보는 순간 바로 EBS 교재를 연상할 만한 문항이 지난해보다 늘었다"면서도 "개념을 완전히 이해한 경우에만 풀 수 있는 문제도 많아, 그냥 훑어본 정도로는 큰 도움을 받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1등급 여부는 변별력 확보를 위해 출제된 각 영역별로 3,4개 최고난도 문제를 누가 푸느냐에 달렸다는 분석이다.
언어
50문항 중 37문항이 EBS 교재와 연계됐다. 지문은 문학 6개 작품 중 5개가, 비문학은 6개 중 5개가 EBS 교재와 관련된 지문으로, 다소 어려웠던 비문학 문항들이 점수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EBS 언어영역 강사인 김기훈 용인외고 교사는 "언어철학, 양자역학 등 어려운 주제의 비문학 지문이 많고, 서로 다른 2개 EBS 교재의 지문을 융합해 실어 만만치 않았던 지문이 3개나 됐다. 하지만 지난해처럼 문제를 비틀어 낸 경우는 없어 체감난이도는 떨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비문학 중 EBS 비연계 지문(청각체계, 음원의 원리)의 문제 등 일부 고난도 문항이 상위권 희비를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90점(원점수)이었던 1등급 구분점수는 진학사의 경우 약 5~7점, 이투스청솔은 약 3점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수리
지난해 수능에 비해 쉬웠지만, 9월 모의평가에 비해 수리 가형의 난이도가 올라 많은 학생들이 당황할 수 있었다는 평가다. 가형 기준 총 30개 문항 중 21개 문항이 EBS 교재에서 나왔고, 이 중 10문항이 큰 변형 없이 활용한 문제였다. 김세식 풍생고 교사는 "눈에 보일 정도로 EBS 교재와 비슷한 문제들이 많았고, 고난도 문항이 지난해 5~6개에서 올해 3개로 줄었다"면서도 "수리 가나 공통 30번 문항 등 2~3개 문항이 까다로웠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79점(원점수ㆍ가형), 90점(나형)이었던 1등급 구분점수는 올해 다소 오를 것으로 전망됐다. 타임교육은 두 영역 모두 92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고, 중앙학원은 92점(가형), 96점(나형)으로 내다봤다.
외국어
유독 지난해 수능과 9월 모의평가에 비해 난이도가 낮았다. 35개 중 20개 문항이 EBS 교재와 연계됐고, 어휘를 쉽게 바꾸거나 지문 길이를 줄인 문항도 나왔다. EBS 강사인 윤장환 세화여고 교사는 "평소 학생들이 어려워하는 문제도 모두 EBS 연계문제로 출제돼 만점자 비율이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90점이었던 1등급 구분점수는 다소 오를 것으로 분석됐다. 이투스청솔은 약 6~7점, 하늘교육은 5~6점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탐구영역
사회탐구는 한국근현대사가 유독 까다로웠다는 평가다. 과학탐구는 지난해보다 쉬웠지만 지구과학 등 일부 선택과목의 EBS 교재 체감 연계율이 다른 영역에 비해 낮다는 분석이 나왔다. 강성필 비상에듀 과학과 수석연구원은 "변형되지 않고 출제된 문항의 비율이 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총평
수험생들 역시 "전반적으로 쉽다"는 반응이었다. 서울 양천구 진명여고에서 시험을 치른 김혜숙(19)양은 "최근에 본 모의고사에 비해 모든 영역이 전반적으로 쉬웠다"고 말했다. 자연계 재수생 이미연(20)씨는 "평소 수리영역에 자신이 있었는데도, 언어와 외국어가 쉬웠던 것에 비해서는 수리가 다소 어렵게 느껴졌다"고 걱정했다.
사설 입시교육기관들은 변별력이 높은 영역을 수리, 언어, 외국어 순으로 보고 있다. 자연계열의 경우 수리영역 등급이 입시의 주요 변수가 되고, 인문계열의 경우 최상위권에 진입하지 못한 상위권 학생들과 중위권 학생들의 점수 격차가 줄면서, 상위권 학생들은 입시전략을 세우는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분석된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전국 1만등 이내에 해당하는 학생들 사이에서는 수능성적으로 합격 여부를 판단하기가 쉽지 않아 눈치작전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혜영기자 sh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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