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7월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전남 순천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됐다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던 피해자 최모(당시 59세)씨의 남편과 딸이 항소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아 법정구속됐다.
광주고법 형사10부(부장 이창한)는 10일 청산가리를 탄 막걸리를 마시게 해 최씨 등 2명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최씨의 남편 백모(61)씨와 딸(27)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기징역과 징역 20년을 각각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백씨 부녀가 최씨를 살해했다고 자백한 진술이 검찰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계속 바뀌지만 범행에 사용했다는 청산가리 형태나 보관 방법 등에 대한 진술이 일치한 데다 다른 정황 증거들과도 저촉되지 않아 자백의 신빙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는 검찰이 정황증거로 제출한 막걸리 제조사의 공급장부 사본이 위조됐고, 화물차량으로 막걸리를 사러 갔다는 백씨가 이동경로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에 찍히지 않은 데다, 청산가리 입수 경위와 시점 등이 불분명해 자백의 신빙성을 인정할 수 없어 무죄라고 본 지난해 2월의 1심 판단을 뒤집은 것이다.
재판부는 "백씨 부녀가 아내이자 어머니를 살해한 점에서 죄질이 무겁고, 잘못을 뉘우치는 마음도 없어 보여 중형이 불가피하다"며 "다만 백씨의 딸에 대해서는 아버지의 오랜 성폭력으로 왜곡된 성 관념을 갖게 되고, 가족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외롭게 성장해 온 점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백씨 부녀는 2009년 7월 6일 오전 순천시 황전면 자신의 집에서 청산가리가 든 막걸리 한 병을 최씨에게 줘 최씨가 이를 마시고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광주=안경호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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