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중공업 사태가 10일 노사합의로 11개월만에 타결되자 부산시민들과 영도구 주민들, 노동계와 재계 등은 모두 한 목소리로 환영했다. 이들은 오랜 진통 끝에 사태가 해결된 만큼 노사가 화합해 회사정상화에 힘을 기울일 것을 주문했다.
해고노동자와 가족들은 최종 결과에 다소 불만을 표시하면서도 사태가 원만하게 해결된 것에 대해 안도를 표시했다. 해고노동자 가족인 홍미애(38)씨는 "여름에 비맞고 길거리로 끌려나왔던 기억이 난다"며 "김진숙 위원에게 고생했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울먹였다. 그러나 해고노동자 이창훈(31)씨는 "사측이 합의해놓고 뒤통수를 친 것이 한 두번이 아니라 불안하다"며 "하지만 크레인 농성자들을 내려오게 하는 것이 중요했다"고 말했다.
영도조선소 인근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는 문태철(37)씨는 "희망버스가 온 날은 영업을 포기해야 했고 경찰의 통제로 불편이 컸다"며 "노사가 극적인 타협점을 찾았다니 다행"이라고 말했다.
노동계는 사측이 성실히 합의를 이행할 것을 촉구했다. 민주노총은 논평을 내 "오늘 합의는 309일간 크레인 고공농성을 해온 김진숙 지도위원, 한진중공업, 금속노조 조합원, 희망버스 참여 시민과 야당 국회의원들이 이뤄낸 소중한 결실"이라며 "중요한 것은 사측이 이번 합의를 차질 없이 성실히 이행하고, 조합원들의 현장복귀 이후에도 문제가 없도록 노력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노총도 성명을 통해 "이번 합의가 경영계의 무분별한 정리해고 남발에 제동을 걸었다는 점에서 환영한다"며 "사측은 복직을 합의하고도 2년이 넘도록 무급휴직자를 복직시키지 않고 있는 쌍용자동차의 전철을 밟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경영계는 일단 환영의 뜻을 표시하면서도 '외부세력'의 개입이 재발해서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정리해고 자체가 불법이라고 볼 수 없는 상황에서 노사가 아닌 제3자의 개입으로 기업의 정상적 경영활동이 큰 지장을 받았다"며 "앞으로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을 때 또 다른 세력의 개입을 불러일으킬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한나라당 간사인 이범관 의원 등 정치권도 "불신과 대립으로 치닫던 진통이 마무리됐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노사가 화합하고 상생했으면 좋겠다"고 환영의 뜻을 표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부산=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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