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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창간부터 발행·편집 맡아 온 김종철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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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창간부터 발행·편집 맡아 온 김종철씨

입력
2011.11.10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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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에 환경ㆍ생태 담론을 본격적으로 제시한 격월간지 <녹색평론> 이 창간 20주년을 맞았다. 1991년 11ㆍ12월호를 시작으로 한번도 거르지 않고 발행돼 이번 주 121호를 냈다. 창간부터 줄곧 발행인 겸 편집인을 맡아온 김종철(65)씨는 "매번 말하지만 기적 같은 일"이라고 말했다.

두 달에 한 번 발행되는 <녹색평론> 은 1만부 가량 찍는데 정기구독자가 5,000명을 넘고 가끔 '완판'되기도 한다. 이 정도면 문예지 분야 부동의 1위 <창작과 비평> 과 맞먹는 수치다. 권정생, 박경리, 박완서, 법정 스님 등 타계한 문화계 어른들이 <녹색평론> 의 '열혈 독자'였다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한때 문학평론가였던 김씨는 이 잡지를 내면서부터 사상가, 생태 지식인으로 불리게 됐다. "문학이 모든 것을 말할 수 있었기에 문학을 (전공)했다"던 그는 "문학이 언제부터인가 협소한 범위로 한정돼 버렸다"고 말했다. 생태운동으로 돌아선 이유다.

<녹색평론> 은 경북 대구에서 1인 미디어로 출발했다. "창간호 3,000부 찍어 놓고 황당해 했었죠. 책을 어디서 누구한테 판다는 계획도 없이 좋은 책 만들면 잘 나가지 않겠는가 생각했어요. 제가 그렇게 순진했어요." 하지만 알음알음 또는 입소문을 타고 잡지 소식이 전해지고 기업체 사보 등에 소개 기사가 나면서 꾸준히 독자가 늘었다. 잡지는 창간 1년 만에 정기구독 1,000부를 달성했고, 3년 뒤쯤 3,000부를 넘어서면서 안정됐다.

20년 동안 잡지의 색깔도 조금 변했다. 초창기 환경에 관한 철학 사상을 많이 소개했지만, 최근에는 현실 문제를 자주 거론한다. 농업공동체, 생태건축, 생명공학 등에 관한 이야기를 담는가 하면, 반핵, 대안교육, 지역 화폐 같은 사회ㆍ정치적인 이슈도 언급한다. 한미FTA, 4대강 사업, 미국발 금융위기, 일본 원전 사태 등도 단골 주제였다. 이반 일리치, 반다나 시바, 아룬다티 로이, 제임스 러브룩 같은 지식인의 이론과 저작도 이 잡지를 통해 국내에 소개됐다.

"우리 사회가 긴박하게 돌아가다 보니 큰 화두를 내세우기보다는 그때그때 필요한 주제를 정하죠. 하지만 석유 고갈 시대를 대비해 그 대안을 소개하자는 큰 화두는 늘 머릿속에 있죠."

발행한 잡지가 어른 머리 높이까지 쌓이는 동안 김씨 자신도 많이 바뀌었다. 무엇보다 대학 강단에 서던 학자에서 행동하는 지식인이 됐다. 그는 종종 지방 강연을 다니며 지역화폐, 대안교육에 관한 아이디어를 후배들에게 제안한다. 12월 창당하는 녹색당에도 힘을 보탤 계획이다. 인터뷰를 한 9일 오후엔 '한미FTA 괴담과 진실' 토론회에 방청객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공사다망하지만 중심은 늘 <녹색평론> 이다. 그는 창간 때부터 잡지에 실릴 모든 원고를 읽고 교정한다. 편집장과 편집자가 있지만, 마감 전 보름간은 공식 행사에서 그를 만나기 어렵다.

창간 20돌 기념 잔치는 잡지의 지향점을 공유해온 송기호, 하승수 변호사의 강연으로 꾸며진다. 12일 오후 3시 이화여대 중강당에서 열리는데, 광고나 마케팅 없이 충성독자의 자발적 지원과 입소문에 힘입어 성장해온 잡지답게 초청장을 보내 따로 알리지 않았다. "이렇게 인터뷰 기사만으로 알리려고요. 기사 보고 사람들이 얼마나 올지 시험해 보고 싶어요."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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