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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건망증 & 치매, 동료 직원 이름이 생각안나는데…혹시 수애 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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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건망증 & 치매, 동료 직원 이름이 생각안나는데…혹시 수애 증상?

입력
2011.11.10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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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자주 깜빡깜빡 하는데, 혹시?' 요즘 TV 드라마 '천일의 약속' 주인공 이서연(수애)에 감정이입 되는 시청자들이 많다. 드라마 속 서연의 증상을 언뜻 보면 평소 자신의 경험과 비슷해 보이기도 하니 말이다. 하지만 그저 잘 잊어버린다고 해서 다 치매 걱정 해야 하는 건 아니다. 드라마 장면을 찬찬히 뜯어보면 건망증과 치매의 차이가 숨어 있다.

낯선 이름 vs 낯익은 이름

장면 #1. 서연은 여느 때처럼 인터뷰를 하고 회사 동료들과 담소를 나눈 뒤 집에 돌아와 양치질을 하며 작가들의 이름을 읊는다. 그런데 평소 잘 알고 있던 한 작가의 이름이 생각나지 않는다. 사색이 된 채 서연은 컴퓨터에서 그 작가 이름을 찾는다.

사람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건 단순한 건망증으로도 흔히 겪는 일이다. 중요한 건 생각나지 않는 게 어떤 이름인가다. 매우 자주 접하거나 늘 쓰는 이름이라야 치매 초기 증상으로 의심해볼 수 있다. 또 건망증은 이름이 기억나지 않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어느 순간 대부분 다시 떠오른다. 하지만 치매 환자는 그런 경우가 거의 없다.

건망증은 우울증이나 불안신경증 불면증 폐경후증후군 등을 겪는 중년 주부나, 기억할 일 많고 걱정거리 많은 중년 남자에게 자주 나타난다. 하지만 모두 치매의 시작을 뜻하진 않는다. 단 건망증이 일시적이지 않고 점점 심해진다면 따로 검사를 해볼 필요가 있다.

일부만 vs 통째로

장면 #2. 출근한 서연, 커피 머신으로 물을 끓였지만 정작 커피 넣는 건 잊어버린다. 불안함에 못 이겨 화장실에서 신경질적으로 손을 씻고 나오지만 수도꼭지를 잠그는 걸 역시 잊고 만다. 집에서도 컵라면을 먹으려고 물을 부어 놓고 면이 다 불 때까지 까맣게 잊는다.

딴 생각에 집중하거나 너무 급해 서두를 때 이런 일을 많이 겪는다. 하지만 대개 자신이 뭘 기억하지 못하는지 잘 알고 있거나 일부만 잊거나 나중에 다시 기억이 난다. 그럼 그냥 건망증이다. 반면 치매는 사건이나 경험 전체를 통째로 잊는다. 뭐가 생각나지 않는지조차 모르고, 다른 사람의 말이나 환경 변화 등을 통해서야 깨닫게 된다. 만약 불어 있는 컵라면을 보고도 '왜 이런 게 여기 있나'라고 생각한다면 좀더 명백한 치매로 볼 수 있다.

물건을 찾지 못하거나 중요한 약속을 잊는 건 치매에서도 초기 단계다. 주로 현재의 단기기억력에 장애가 나타난다. 그러나 병이 진행될수록 과거 일들을 기억하지 못하게 된다.

지갑 vs 코트

장면 #3. 퇴근해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중 서연은 문득 자신의 지갑과 코트를 회사에 두고 나온 사실을 깨닫는다. 다시 회사로 돌아간 서연은 망연자실한다.

지갑을 회사에 놓고 오는 경우는 건강한 사람도 흔하다. 그러나 코트를 입고 출근할 만큼 쌀쌀한 날 코트를 사무실에 두고 퇴근했다면 치매 초기를 의심할 수 있다. 을지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유제춘 교수는 "일반적인 노인성 치매 환자는 이럴 때 자신이 중요한 걸 기억하지 못했다는 사실 자체를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나, 드라마에서처럼 젊은 나이에 생기는 치매에선 이런 것들을 인식하며 두려움을 느끼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어려운 단어 vs 쉬운 단어

장면 #4. 요리하던 서연, 가위를 찾으려는데 그 단어가 떠오르지 않는다. 손으로 가위를 잡고 자르는 시늉까지 해보지만 입에서 나오는 말은 "그거, 이거" 같은 대명사뿐이다.

정확한 단어를 대지 못하고 대명사로 대신하는 명칭실어증은 치매 초∙중기에 보이는 흔한 증상이다. 특히 자주 쓰거나 아주 쉬운 단어를 생각해내지 못한다면 단순한 건망증이라고 지나치지 않는 게 좋다. 한림대 한강성심병원 정신과 서국희 교수는 "명칭실어증이 생기면 단어 대신 물체의 용도나 의미를 풀어서 말하기도 하고, 발음이나 뜻이 비슷한 다른 단어를 대기도 한다"고 말했다. 식탁을 식당, 다리를 도리, 기름을 구름 등으로 말이다.

명칭실어증에 이어 전혀 뜻을 알 수 없는 새로운 말을 만들거나(신어조작증), 문장이 아닌 단어들을 나열하거나, 상대의 질문에 엉뚱한 대답을 하는 현상도 나타난다.

인정 vs 부인

장면#5. 자신의 병을 알지 못한 채 빨리 늙었다며 농담을 건네는 동생에게 버럭 화를 내곤 방으로 들어가버리는 서연. 동생이 밤인데도 아침으로 착각한 걸 바로잡아줄 때도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인다. 상냥하고 차분한 성격이 점점 날카로워진다.

기억력이 나빠지는 상황을 강하게 부인하려는 것도 건망증과 구별되는 치매의 특징이다. 건망증이 있는 사람은 오히려 드러내 놓고 과장되게 말하거나 걱정하며 고치려 애쓰는 모습을 보인다. 자신의 증상을 애써 부정하다 보면 대개 나쁜 쪽으로 성격?변하거나 밤에 잠을 못 이루며 불안하고 우울해하게 된다. 기억력이 점점 떨어지고 이어 성격 변화가 생기는 건 뇌 단백질 이상으로 생기는 알츠하이머성 치매의 전형적인 패턴이다.

● 건망증 자가진단법

아래 13가지 항목 중 최근 2주 안에 경험한 것에 체크한다.

■전화번호나 사람 이름을 잊어버린다. ( )

■물건을 어디에 뒀는지 몰라서 한참 동안 찾는다. ( )

■약속을 해놓고도 깜빡 잊는다. ( )

■여러 가지 물건을 사러 갔다가 한두 가지를 빠뜨린다. ( )

■가스불 끄는 것을 잊고 음식을 태운다. ( )

■배우자 생일이나 결혼기념일 등 중요한 사항을 잊어버린다. ( )

■매일 먹던 비타민이나 감기약 먹는 시간을 놓친다. ( )

■우산을 두고 다니거나 갖고 갈 물건을 놓고 간다. ( )

■며칠 전에 들었던 이야기를 잊어버린다. ( )

■이야기를 하는 도중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잊어버린다. ( )

■하고 싶은 말이나 표현이 금방 떠오르지 않는다. ( )

■오래 전부터 해오던 일은 잘 하지만 새로운 것을 배우기가 힘들다. ( )

■반복되는 일상생활에 변화가 생겼을 때 금방 적응하기 힘들다. ( )

자료: 한림대의료원

체크된 항목이 4개 이하라면 정상이다. 5~9개면 건망증 상태로 볼 수 있다. 한림대 한강성심병원 정신과 서국희 교수는 "건망증은 대개 걱정이 많다든지 스트레스를 받았다든지 너무 한가지에 몰두했다든지 등 병이 아닌 경우가 95% 이상"이라고 말했다. 너무 심각하게 생각할 일은 아니란 얘기다. 10개 이상 체크됐거나 6개 이하여도 자주라면 건망증이 좀 심한 경우다. 주의집중력에 문제가 있거나 우울증 치매 같은 병의 초기단계인지 정확한 검사를 받아볼 필요도 있다.

● 치매 자가진단법

아래 15개 항목에 대해 각각 0, 1, 2, 9점 중 하나로 체크한다. 10년 전과 별 차이가 없으면 0, 10년 전에 비해 조금 나빠졌으면 1, 많이 나빠졌으면 2, 자신에게 전혀 해당하지 않거나 알 수 없으면 9다.

■며칠 전에 나눴던 대화내용 기억하기 ( )

■최근에 주변에서 일어났던 일을 기억하기 ( )

■최근에 했던 약속 기억하기 ( )

■가스불이나 전깃불을 켜놓고 끄는 것을 잊어버린 경험 ( )

■새로 마련한 가전제품이나 가구의 사용법 익히기 ( )

■자신의 개인위생을 관리하거나 외모를 가꾸는 정도 ( )

■중요한 제삿날이나 기념일을 기억하기 ( )

■거스름돈을 계산하거나 돈을 정확히 세어 지불하기 ( )

■이야기 도중 머뭇거리거나 말문이 막히는 경험 ( )

■이야기 도중 물건의 이름을 정확히 대는 정도 ( )

■가까운 사람의 이름을 기억하기 ( )

■사는 곳이나 직업 등 가까운 사람에 관한 사항을 기억하기 ( )

■자신의 주소나 전화번호 기억하기 ( )

■전화, 가스레인지, 텔레비전 등 집안에서 늘 사용하던 기구를 다루는 능력 ( )

■어떤 옷을 입고 나갈지, 저녁식사에 무엇을 준비할지 등 일상적인 상황에서 결정을 내리는 능력 ( )

자료: 한림대의료원

체크한 숫자를 합산한 점수가 0~3점이면 치매 위험이 없는 것으로 판단한다. 4~9점이면 경도인지장애, 10점 이상이면 치매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경도인지장애는 치매의 전 단계. 경도인지장애 중 매년 10~15%가 치매로 진행된다고 알려져 있다. 치매로 발전하는 경도인지장애 환자의 뇌 영상을 찍어보면 정보를 저장하고 회상하는 뇌 부위 해마가 줄어들어 있는 경우가 많다. 한림대 한강성심병원 정신과 김지욱 교수는 "경도인지장애부터는 병원에서 다각적인 검사를 추가로 받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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