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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언제까지 천재(天災)라고 우길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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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언제까지 천재(天災)라고 우길건가

입력
2011.11.10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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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명의 생명을 앗아간 서울 우면산 산사태가 발생한지 100일이 지났지만피해자들은 제대로 된 보상도 못 받고 방치되어있다. 세인들의 관심에서도 거의 잊혀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 당선된 박원순 서울시장이 "천재만은 아니다"라는 의견을 개진해 다시 관심을 끌고 있다.

서울시 민관 합동조사단은 지난 9월15일 산사태 원인과 관련, "폭우에 따른 산사태로 토사와 나무가 산 하부의 배수로를 막아 발생한 자연재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폭우의 정도는 서울에서 근래에 수 차례 있었을 만큼 특별하지도 않은데 왜 18명이라는 대형 인명피해가 발생했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선 전혀 설명하지 않았다.

관계당국이 자연재해라고 말한 것은 일종의 책임 회피다. 작년에 이미 전문가들은 재해 위험성을 경고했기 때문이다. 우면산 산사태 시 배수로가 막히고, 이럴 경우 피해를 더욱 키울 가능성이 높아 상부 계곡에 산사태 방지대책을 세우라고 전문가들이 제언했으나, 당국은 이를 무시했다. 미리 예방했더라면 방지할 수 있었다는 기본적인 사실 조차 말하지 않은 것이다.

또한 우면산 상부에 있는 군부대에서 징후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했지만 그건 사실과 다르다. 필자를 포함한 10여명의 언론취재단이 산사태 발생 다음날 레미안 아파트 상부의 군부대 내에서 일부 산사태가 발생, 토사와 물이 부대 내 도로를 넘어서 하부로 내려온 것으로 의심되는 징후들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군부대의 배수구가 우면산 상부의 서울 지역 계곡부와 연결되지 않고 방류되었다는 걸 조사단도 인정, 산사태의 원인으로도 작용할 수도 있었는데도 이를 무시했다.

조사단의 구성도 의문이다. 피해자들과 전혀 협의 없이 서울시가 용역비를 대주면서, 그것도 시에서 여러 전문가를 직접 선정한 게 아니라 특정인에게 연구원 구성을 일임했다. 산사태 최고 전문가라고 보기엔 의문스런 사람들도 여럿 포함돼 있는 것은 문제다.

더군다나 9월15일 조사단 발표에 대해 모든 언론에 '천재'라고 보도된바 있지만, 2주 후인 9월30일 조사단장은 방송 인터뷰에서 "보고서에서 천재냐, 인재냐고 언급한 적 없다.", "산사태 피해예방 대책을 세우지 못한 서울시 책임은 분명히 있다.", "우면산 전체 12곳 중에서 서울시가 요구한 4곳만 조사했다"라며 조사단의 당초 발표내용을 전면 뒤집는 듯한 언급을 했다.

이런 실정인데도 서울시는 387억 원을 들여 원인발표 한달 전부터 복구공사를 시작했고, 앞으로 280억 원을 투자해 예방공사를 하겠으며, 1년 안에 전체 실태조사를 마치겠다고 한다. 원인은 제대로 밝히지 않으면서 막대한 비용을 들여 공사를 한들 무슨 소용이 있고 10만개로 추정되는 산사태나 절개지 옹벽을 어떻게 단기간에 조사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다.

서울시는 작년 초에 300곳을 산사태 위험가능지역으로 예측했다. 10억원을 들여 조사한 결과다. 그러나 이는 작년 9월 78개, 올해 7월 81개의 산사태와 절개지 붕괴 지역이 나타난 것과 거의 일치하지 않는다. 문제점을 제대로 모르고 행정편의적으로 서두른 당연한 결과다. 단기간 내에 서울시 공무원들 만으론 산사태 예방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더 큰 재앙을 부르기 전에 국제적으로 최고 수준의 산사태 전문가들로 기술자문단을 구성, 우면산 산사태 원인 및 서울시의 근본적인 기술적, 구조적인 문제점을 재검토해야 한다. 그런 다음에 시민들에게 산사태 관리 실태를 솔직하게 털어놓고 시민과 함께하는 산사태 관리시스템을 구축하는 방향으로 가야 옳다.

더 이상 산사태로 생명을 빼앗기고도 아무런 하소연도 못하고 절망하는 피해자 가족들을 외면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이수곤 서울시립대 교수 ·국제학회 공동산사태 기술위원회 한국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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