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총리가 다자간 무역협정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에 참여하기로 하면서 아시아 태평양의 경제 주도권을 둘러싼 강대국간의 경쟁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세계 1위 경제대국 미국이 주도하는 TPP에 3위 일본이 참여를 선언하면서 TPP는 사실상 세계 최대의 경제권을 형성하게 됐다. 일본의 TPP 참여에 자극받은 중국은 다소 주춤했던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3(한국, 중국, 일본)’의 경제 제휴에 고삐를 죌 것으로 보인다. TPP는 상품, 인적 교류, 서비스 부문 등 사실상 모든 분야에 대한 관세를 철폐하는 자유무역협정으로 미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 10개국이 참가의사를 밝혔다.
노다 총리가 뒤늦게 TPP 참가 의사를 밝힌 것은 침체된 일본 경제를 살리겠다는 뜻에서다. 노다 총리는 10일 당내 회의에서 “잃어버린 20년 경제를 재건하겠다”고 다짐했다. 중국의 군사력 확장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과 안보외교공동체를 형성하겠다는 의도도 무시할 수 없다. 노다 총리는 후텐마 공군기지 이전 문제 등으로 교착상태에 빠진 미국과의 안보관계를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다.
하지만 일본 안에도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다. 정치권, 농민, 의약업계는 TPP 협상과정에서 미국의 요구에 끌려갈 것이라며 TPP 망국론을 주장하고 있다. 노다 총리는 TPP 협상으로 불안해 하는 농민을 위해 핵심 농산물 보호 대책과 농업 지원책을 내놓고 있지만 야마다 마사히코(山田正彦) 전 농림수산장관을 비롯한 민주당 당내에서조차 반대파가 속출하고 있다.
노다 총리는 여론을 의식, 10일 열기로 한 기자회견을 하루 늦추는 등 신중한 태도를 연출하고 있다. 그는 “TPP는 중국이나 한국도 동참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미리 가입해 영향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반대파 설득이 쉽지 않다.
한편 일본의 TPP 참여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도 큰 수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이행법 국회 통과에 이어 TPP 주도권까지 차지함으로써 수출을 통해 미국 경제의 더블딥(이중침체) 위기를 막으려는 구상이 힘을 얻게 됐다는 것이다. 차기 대통령 선거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중국은 최근까지도 일본 정부에 TPP 참가를 포기하고 중국과 경제 제휴를 하자고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본은 지난해 센카쿠(尖閣)열도(댜오위다오ㆍ釣魚島) 영토 분쟁을 겪은 뒤 중국에 대한 불신이 커졌고 결국 미국에 손을 내밀었다.
일본에 일격을 당한 중국은 ASEAN+3과 ASEAN+6(한중일, 호주, 뉴질랜드, 인도)을 축으로 역내 경제 제휴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자유무역협정의 한 전문가는 “일본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ASEAN과의 경제 연대를 등한시하고 TPP에 참여하면서 중국이 ASEAN과의 제휴에서 주도권을 쥐게 됐다”고 말했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