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100억원 이상 공공건설 사업으로 최저가낙찰제(가장 낮은 가격을 써 낸 업체에 낙찰되는 제도)가 확대될 예정인 가운데 정부가 10일 부작용 최소화를 위한 보완대책을 공개했다. 하지만 제도 시행 자체를 반대하는 건설업계의 실력 저지로 이날 보완대책을 발표하려던 공청회가 무산되는 등 정부와 업계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10일 ‘최저가낙찰제 제도개선 공청회’를 맞아 내놓은 개선안에서 대형업체보다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는 중소업체에 일정 수주물량을 보장해주기 위해 ‘등급별 제한경쟁 입찰제도’를 모든 공공기관과 지방자치단체까지 확대 시행하기로 했다. 건설업체를 시공능력에 따라 6개 등급으로 나눈 뒤 자기 등급에 맞는 규모의 공사에만 입찰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대형업체가 중소업체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소규모 공사에 참여할 때도 참여지분을 기존 50%에서 30%로 줄여 허용키로 했다.
또 무리한 가격경쟁으로 낙찰업체가 부실시공을 일삼는 부작용을 막기 위해 가격심사에서 노무비ㆍ하도급 대금을 별도 심사키로 했다. 건설업체가 가격을 낮추기 위해 인건비나 하청업체를 쥐어짜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다. 아울러 입찰자격사전심사 때 첨단공법이나 시공경험이 있는 업체를 우대하고 부실시공 경력업체는 불이익을 주기로 했다.
하지만 건설업계는 “제도 자체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 만큼 어떤 보완책도 미봉책이 될 수밖에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실제 이날 공청회가 예정됐던 서울 반포동 서울지방조달청에는 건설업계 관계자 1,500여명이 몰려와 조직적인 반대 시위를 벌였다.
공청회장에 나온 한 중소업체 임원은 “정부 보완책은 작년 감사원이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던 사항을 개선하는 수준이지, 최저가낙찰제 확대에 따른 업계 피해를 줄이기엔 절대적으로 미흡하다”며 “지금 계획을 그대로 추진한다면 중소 건설업체들의 줄도산과 저가 부실시공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건설업계는 최저가낙찰제 확대가 정부의 상생기조와도 어긋난다는 입장이다. 최상근 대한건설협회 계약제도실장은 “최저가낙찰제 대상이 2006년 300억원 이상으로 확대된 후 지역 중소업체들의 일감이 36.6%나 감소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 일본 등도 최저가낙찰제의 부작용을 겪은 뒤 대부분 기술과 격을 종합 평가하는 낙찰방식으로 바꿨다”며 “제도 시행을 서두르기보다 제도의 공과를 먼저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재정부 관계자는 “다음주 월요일 국회의 관련법 심의를 지켜본 뒤 공청회 재개최 여부를 결정하겠다”며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현 개선안대로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전태훤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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