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통과 저지를 위해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등 야당 측이 국회외교통상통일위원회 전체회의장을 불법 점거한 지 9일로 열흘째가 됐다.
지난달 31일 이후 열흘간 회의장 안팎의 모습은 변한 것이 없다. 여전히 문 앞에는 야당 보좌진이 의자를 일렬로 놓고 앉아 의원들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으며, 회의실 내부에는 민주당 김진애 양승조 의원과 민주노동당 강기갑 홍희덕 의원 등이 버티고 있다. 이들 의원과 보좌진은 교대로 회의장을 24시간 지키고 있다.
권오을 국회 사무총장은 이날 불법 점거를 풀어달라고 요청하기 위해 회의실을 찾았다. 회의실 안팎의 삼엄한 경계를 뚫고 회의실로 들어가긴 했지만 회의실을 점거 중인 야당 의원들로부터 "점거를 풀 수 없다"는 말을 듣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이날 회의실 문 앞에는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와 김선동 의원이 경계에 나섰고 그 옆으로 보좌진 4,5명이 이들을 이중으로 에워싸면서 한 때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돌았다.
한나라당 소속 남경필 외통위원장이 권 사무총장에게 야당의 외통위 불법 점거 상황을 풀어달라고 공식 요청함에 따라 국회 경위를 동원해 이들을 강제 해산할 가능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회의장을 찾은 남 위원장은 이 대표와 가시 돋친 설전을 주고받기도 했다. 남 위원장은 "점거는 막무가내인 건데, 이 대표가 앞장서서 이러면 안 된다"며 "민노당이 불법을 저지르면 회의장을 옮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자 이 대표는 "한나라당이 강행 처리를 완전히 포기하고 (투자자ㆍ국가소송제도를) 재협상할 때까지 (점거를) 풀 수 없다"며 "(남 위원장은) 민노당 김선동 의원을 폭행한 것이나 되돌아봐야 한다"고 비꼬았다.
이 같은 여야 간 날 선 신경전은 매일 반복되고 있다. 남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외통위 앞 복도에서 야당 보좌진과 당직자 50여명으로부터 "이완용"이란 말까지 들어야 했다. 특히 민노당 강기갑 의원은 외통위 전체회의장 안을 비추는 폐쇄회로(CC) TV를 신문지로 가리며 내부 상황을 전혀 알 수 없게 만들었다.
FTA 비준안 처리가 장기화하면서 외통위 회의실을 불법 점거하고 있는 야당 당직자들의 행태에 대한 비판의 소리도 커지고 있다. 유홍림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는 "최소한의 국회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여야 합의로 몸싸움이나 막말 등에 대한 처벌 규정을 두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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