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9일 심대평 자유선진당 대표와 비공개 오찬 회동을 가진 것으로 전해지면서 두 사람의 대화 내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대통령은 우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와 국정쇄신 방안 논의 등을 명분으로 심 대표를 만났을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FTA 비준안 조속 처리를 위해 자유선진당이 적극 협조해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나라당이 홀로 한미 FTA비준안을 강행 처리할 경우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선(先) 피해 대책 보완, 후(後) 비준'입장을 갖고 있는 선진당의 협조를 이끌어낸다면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여권은 또 한나라당만으로는 한미 FTA 비준안 처리를 확신할 수 없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현재 한나라당 내에선 '물리력을 동원할 경우 19대 총선에 불출마하겠다'고 선언한 의원 22명이 비준안의 강행 처리에 부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18명에 이르는 선진당의 협조를 이끌어낼 경우 비준안 처리 가능성을 한층 높일 수 있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민주개혁세력 중심의 야권 통합 논의를 지켜보면서 향후 국정운영 과정에서 보수 정당인 선진당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느꼈을 것으로 관측된다. 따라서 두 사람은 이날 회동에서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보수연합을 추진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우회적으로 의견을 주고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보수 진영은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 한반도선진화재단(이사장 박세일)을 중심으로 한 보수성향 시민단체 등 세 갈래로 쪼개져 있는 상태다. 때문에 지금처럼 보수세력이 각개약진할 경우 내년 총선에서 민주개혁세력의 야권후보 단일화에 맞서기 어려울 것이란 위기 의식을 공유했을 수 있다. 더 멀게는 선진당과의 연대는 내년 대선에서 충청지역을 든든한 지지 기반으로 삼으면서 수도권을 공략할 수 있는 방안이기도 하다. 하지만 정계재편을 추진할 경우 당내의 친박계와 야권 등이 반발할 수 있기 때문에 정치권 새판짜기가 쉽게 진행될 수는 없다. 때문에 오히려 이 대통령이 '초당적 국정운영' 방침을 밝혔을 것이란 얘기도 있다.
이 대통령이 심 대표에게 "일정 시점이 지난 뒤 총리직을 맡아 달라"고 제안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대통령은 과거에도 심 대표에게 총리직을 제안했는데, 여러 사정으로 불발됐다.
신정훈기자 h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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