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 사귀고 실연도 경험하고 싶은데 시간이 없어…"
8, 9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은 아주 특별한 공간으로 살아났다. 바이올리니스트 장영주(사라 장)가 유리 테미르카노프가 지휘하는 상트 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시벨리우스의 바이올린협주곡 라단조를 연주한 것이다. 그가 전해준 이 곡의 매력에 객석은 뜨거운 박수로 감동을 표시했다.
겨우 네 살에 활을 잡고 만 8세에 뉴욕필 협연으로 데뷔한 장영주. 1980년 12월 10일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태어났으니까 이제 만 30세다. 지금까지 줄곧 승승장구, 연주자로서 거침없이 달려왔다. 2004년 역대 최연소로 할리우드볼 명예의전당에 오르더니 2008년 세계경제포럼이 선정한 세계의 젊은 리더 중 한 명에 드는 등 숱한 찬사와 영예가 그의 것이다.
이번 내한공연을 앞두고 만난 장영주는 유쾌한 수다쟁이에다 매력 넘치는 젊은 여성이었다. 너무너무, 굉장히, 정말 같은 부사를 애용하고, 미국에서 나고 자란 탓에 수시로 튀어나오는 영어가 섞여 통통 튀는 대화는 웃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_트위터(@sarahchang) 팔로잉이 왜 하나도 없죠? 팔로워는 5만 명이 넘는데.
"제가 그거 잘 못해요. 굉장히 늦게 시작했어요. 매니저가 권해서. 페이스북은 아직도 안 하구요. 근데, 1년 해보니까 사람들이 왜 대답을 안 하느냐고 해요. 질문이 들어올 수 있는지도 몰랐거든요. 팔로잉 안 하는 건, 시간이 없어요. 팔로잉 하고 싶은 친구들은 매일 텍스트, 문자, 이메일 하고 그러니까요. 트위터로 물어올 게 없어요, 아는 친구들은."
_이번 연주곡이 시벨리우스 바이올린협주곡인데.
"정말 옛날부터 너무나 사랑하는 곡이에요. 연주는 여덟 살 때부터 했고요. 녹음은 열여섯인가 열일곱 살 때 마리스 얀손스 지휘로 베를린필과 했고요. (1998년, 베를린필과 한국인의 첫 녹음이고 실황이다.) 제 캐릭터와 잘 맞는 거 같아요. 화려하고 아주 드라마틱한 곡이고요. 힘들고, 기술적으로 아주 복잡하고, 오케스트라와 맞추기도 굉장히 머리 아프지만, 음악적으로 제가 너무 사랑하는 곡이에요. 핀란드의 시벨리우스 집에도 가봤어요. 시벨리우스가 치던 피아노도 쳐보고 작곡하던 책상에도 앉아보고. 제가 퍼스널하게 시벨리우스를 많이 좋아해요."
_이 곡을 누가 가장 잘 해석한 것 같아요?
"지네트 느뵈. 제가 가장 좋아하는 레코딩이에요. 레코딩을 많이 안 한 분이에요. 일찍 돌아가셨고요. 그 분은 정말, 시벨리우스는 멋있는 것 같아요."
_이번 콘서트에 갖고 온 바이올린은 뭐죠?
"괴르넬리 델 제수, 1717년도 것. 아이작 스턴에게 받았어요. 몇 년 전 돌아가셨죠. 메모리얼 콘서트도 이 악기로 제가 연주했어요. 굉장히 미닝풀(meaningful) 하더라고요. 그 분 아들이 지휘했거든요."
_이 악기의 특징은.
"굉장히 파워풀한 악기인 거 같아요. 특히 G현. 핀커스 주커만이 해보더니, 이 악기가 스포츠카 운전할 때요, 오토매틱이 아니라 스틱, 저는 그거 못하는데요, 그걸 완전히 탑 시드로 해놓고 차가 우웅웅 할 때 밑에서 바이브레이트하는 거 있잖아요, 그런 소리가 난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그게 너무 너무 좋아요. E현도 예쁘고, 아주 여성적인 거는 있는데요. 무대에서 연주하면서 신나거나 흥이 날 때 악기가 그렇게 해주니까 너무 너무 고마워요."
_연애는 어떻게 하죠? 바빠서 시간도 없을 것 같은데. 짬짬이 숨어서?
"굉장히 힘들어요. 시간 내기가 힘들어요. 솔리스트로서 매주 움직이니까요. 매주 도시가 바뀌고요. 지금은 한국, 다음은 타이페이, 그 다음은 아르헨티나, 그 다음엔 프라하, 그러니까 거의 불가능해요. 노력은 하는데요."
_그래도 노하우가 있을 것 같은데, 공항에서 만난다든지.
"아하하. 공항에서 데이트하는 건 좀 슬프잖아요. 지금 블랙베리가 있으니까 문자나 이메일, 화상통화도 할 수 있고, 옛날보다 방법은 있는데, 열심히는 안 해요. 진짜 누가 있냐고요? 하하하."
_좋은 음악가로 성장하려면 인간적인 경험이 중요하고 연애도 그 중 하나인데.
"조그만 방에서 하루 8시간 연습하는 것보다는요, 정말 나가서 라이프를 경험하고 싶어요. 아름다운 그림도 보고 멋진 빌딩도 보고. 어떨 때는 어떤 도시에 가서 카페에 그냥 앉아 있어요. 앉아서 사람 구경하면서 문화에 대해서 알게 돼요. 그 도시의 냄새도 맡고요. 그게 연주에도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사람을 사귀고, 실연도 하고, 다 경험해보면 좋겠지만, 시간이 없어요."
_패션, 미용에 관심이 많은 것 같아요. 화장도 잘 하고. 직접 고르고 다 하는지.
"좋아해요. 드레스 좋아하고 신발 좋아하고. 네, 직접, 다요. 뭐 TV 찍고 할 때는 남이 해주기도 하지만."
_언제가 가장 힘든가요?
"아픈데 연주해야 할 때. 기분이 너무너무 나쁠 때도 나와서 연주해야 되고. 비행기도 너무 많이 타고, 어깨도 아프고, 연주를 많이 하니까요. 어떨 땐 그냥 몸이 너무 힘들어요. 너무 달리니까요. 그것 말고는 괜찮아요. 하하하."(장영주는 연간 100회 이상 연주한다.)
_무대에서 연주하다가 아차 싶은 순간이나 실수했구나, 어떡하지 할 때도 있지 않나요.
"심각하게 그런 적은 없어요. 제 연주가 마음에 안 들 때는 있죠, 물론. 이거는 내일 연주에서 고쳐야겠다, 바꿔야겠다, 그런 건 항상 있죠. 연주를 매일 하고 큰 무대 서니까요. 근데, 연주날에 준비는 돼 있어야죠. 준비가 안 돼 있으면 취소하는 게 나아요."
_굉장히 많은 사람들하고 연주를 해봤는데, 특별히 인상에 남는 지휘자, 오케스트라, 연주자는?
"주빈 메타. 제가 커리어를 주빈 메타랑 시작했거든요. (장영주는 만 8세 때 주빈 메타의 뉴욕필 협연으로 데뷔했다.) 그리고 쿠르트 마주어와 제일 많이 연주를 한 거 같아요. 다른 연주자 중에는 주커만, 아이작 스턴, 요요마."
_그들 중에 인간적으로 누굴 제일 좋아하나요. 괴팍한 사람은?
"인간적으로는 주커만. 하트가 굉장히 크시고요, 삶을 아주 즐기시고. 괴팍, 그게 뭐죠? (설명을 듣고) 아이작 스턴이 굉장히 까다로울 때가 있었어요. 저를 굉장히 많이 응원하고 사랑해주셨는데, 아주 솔직한 분이에요. 아주 어릴 때부터 그분에게 많이 배웠는데요, 제 연주에 대한 평이나 천재다 그런 거에 대해 꽉 X자 하면서 뮤지션은 마지막 연주했던 만큼만 잘 하는 거다, 그렇게 굉장히 험블하게(humbleㆍ겸손하게) 만드시더라고요. 소리도 많이 지르시고 사람들에게 무례할 때도 있었는데, 틀린 적은 한 번도 없어요."
_함께 연주하고 싶은 지휘자를 딱 한 명만 꼽으라면?
"주빈 메타요. 솔리스트를 정말 편안하게 해주시거든요. 그 분은 꼭 제 손에 장갑 같아요. 딱 가면 딱, 맞춰 주셔서요. 어떨 땐 눈을 안 봐도 돼요. 처음부터 끝까지, 그냥 언빌리버블(unbelievable)! 정말 특별하죠, 그 분 하고는."
_4일 저소득층 아이들의 무지개상자 오케스트라를 찾아가 레슨을 했지요. 이제 후배들을 위해 일할 때가 됐다고 생각하나요?
"지난 2월 미국의 예술대사가 됐어요. 그 활동이 뭐냐면, 학생들 아이들 만나서 연주하고 가르치고 문답도 하는 거예요. 시작은 세르비아에서 했어요. 10년 전 전쟁을 했고 아직 재건 중인 나라여서 좀 힘든 데예요. 한 2주 있다가 남미에서 또 해요. 제가 미국에서 살긴 하지만 한국인이니까 한국에서도 뭔가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제가 제일 쓸모 있게 할 수 있는 게 음악 같아요. 무지개상자는 그냥 제가 하고 싶어서 한 거예요. 가보니까 애들이 너무 귀엽고 잘 하더라고요. 2007년에도 싱글 부모님 밑에서 자라는 어린이들이 음악 하는 데 가서 했어요. 그 몇 년 전에는 부산 소년의집 오케스트라 하고 함께 연주했고요. 한국에 올 때마다 뭔가 하고 싶어요."
_어떤 음악을 추구하나요? 요절한 천재 요한나 마르치 같은 천상의, 예술을 위한 예술? 아니면, 여든 넘은 독신 할머니 이다 헨델처럼 좀더 인간 냄새 나는 음악?
"그렇게 생각해본 적이 한 번도 없어요. 이다 헨델은 몇 번 만나 봤어요. 너무 재미있는 분이에요. 그 나이에 드레스도 너무나 예쁘게, 굉장히 야하게 입으시고요. 하이힐두요, 제가 걷기 힘들 정도로 킬힐을 신으세요, 와우! 저는요, 음악가로서 좋은 바이올리니스트보다 아이작 스턴처럼, 바이올린 연주도 하지만 다음 세대 교육을 돕고 그걸 좀 더 신경 쓰는 음악가가 되고 싶어요."
_음악 외에 좋아하는 것도 많겠어요. 쇼핑이나 친구들과 수다 떨기 같은. 서울은 쇼핑하기 좋은 곳인데.
"서울은 근데요, 에브리바디 쏘~ 스키니!(Everybody Sooooo skinnyㆍ다들 너무 날씬하다). (굴곡을 그려 보이며) 가슴도 없고 힙도 없고, 아무 것도 없어요. 딱 일자만 있어요. 너무 너무 스키니해요. 밥도 안 먹나봐, 여긴.(폭소) 그러니까 몸이 달라요, 저하고. 팔만 맞아. 안 돼, 안 돼요. 하하하. 그리고 영화 너무 좋아해요, 드라마도 보고. 영화 보러 많이 가요. 최근 영화관 가서 본 건 '블랙 스완', 동생 따라가서 '트랜스포머' 봤고. 호텔에 많이 있고 비행기 많이 타니까 거기서 많이 보고 그러죠."
_결혼 생각은 있나요? 한다면 언제쯤?
"있어요, 물론. 파트너 있는 게 저도 좋고. 운전 잘 하는 분하고 해야겠어요. 하하하. 제가 운전 잘 못하니까. 1년 전까지만 해도 엄마, 매니지먼트, 에이전트 분들이 커리어가 너무 잘 되고 있으니까 결혼 늦게 해라, 급할 거 없다고 했는데, 어느 날 달라졌어요. 결혼 언제 하냐, 언제까지 이렇게 있어야 되냐, 뭐 이러면서요. 갑자기 그러니까 저도 잘 모르겠어요. 한 2년 동안은 바빠서 할 시간이 없어요."
_아이는 몇 명쯤?
"2명. 근데, 임신을 두 번 하고 싶진 않아요. 그러니까 쌍둥이, 쌍둥이로 딱 한 번 낳고 싶어요. 제 사촌이 쌍둥이가 있으니까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_시원시원 말 잘하는 게 어머니를 많이 닮은 것 같아요. 둘이 대화가 잘 통할 것 같은데.
"엄마랑 많이 싸워요. 저도 말할 거 다 말하고 엄마도 참는 거 하나도 없으시거든요. 둘이 다 소리 지를 거 다 지르고. 그 대신 쿨 다운이라고 해야 하나? 엄마는 그게 저보다 훨씬 빨라요. 마구 마구 소리 지른 다음에 '배고파?' 하면서 풀어지고. 저는 며칠 걸리거든요. 하하하."
_지금까지 만든 음반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개인적으로 너무나 행복하고 제일 자랑스러운 음반은 쇼스타코비치(사이먼 래틀의 지휘로 베를린필과 2006년 베를린필 홀에서 녹음. 쇼스타코비치와 프로코피에프의 협주곡 커플링). 같은 악기로 연주한 건데, 자세히 들어보면 두 곡의 사운드 퀄리티가 달라요. 프로코피에프는 5월, 쇼스타코비치는 10월에 녹음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여름 동안 베를린필 홀 무대 마루의 나무를 바꾼 거에요. 나무가 1인치 반이나 두꺼워져 소리가 달라진 거죠."
_연주 여행하면서 다닌 도시 중 인상적인 곳은 어디인가요?
"한국은 가족 앞에서 연주하는 거 같아서 재밌어요. 할아버지가 어디 앉아 계신지 항상 알게 돼요. 언제나 첫 번째로 일어나 박수를 쳐주시니까요. 음악적으로는 독일이 참 좋아요. 독일 청중들은 연주할 때 굉장히 굉장히 조용해요. 연주 끝난 뒤 미국에서처럼 막 일어서서 휘파람 불고 소리 질러주고 그건 절대 안 하는데, 그냥 조용하게 박수를 정말 몇십 분 동안 쳐줘요. 커튼콜을 열 몇 번 할 때도 있어요. 이제 집에 가야 돼, 이럴 정도로 부르고 또 부르고. 그건 미닝풀해요. 이탈리아는 그냥 도시로서, 로마, 피렌체, 너무 좋아하고요. 음악적인 것보다 사람들이 아주 친절하고 음식 맛있고 빌딩 멋있고 쇼핑도 좋고."
_고전 낭만 음악을 주로 하는데 20세기 현대음악에 대한 관심은?
"네, 있어요. 제가 컨템포러리 뮤직을 굉장히 좋아하고, 특히 지금 살아계신 작곡가하고 많이 일해요. 그리스 작곡가 크리스토퍼 테오파니디스가 저를 위해 협주곡 쓰셨고요, 리처드 대니얼 폴이 소나타 써 주셨고요,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영화음악 작곡가 데이비드 뉴먼이라는 분이 저를 위해 쓰고 계세요, 지금. 한국에서도 현대음악 연주하고 싶은데, 해달라고 안 하더라고요. 2009년 리사이틀 투어 할 때 하나 했어요. 리사이틀에는 넣을 수 있잖아요. 근데 협주곡 40분짜리 하면서 그거 하나만 한다 그러면 좀… 다른 데선 하는데, 여긴 잘 모르겠어요. 아시아는 좀 다른 거 같아요."
_클래식 외에 다른 음악도 듣나요?
"팝 뮤직 많이 들어요. 비욘세가 제일 좋고 요즘은 레이디가가. 레이디가가 공연도 보러 갔어요."
_트로트, 뽕짝은요?
"트로트? 아, 차이니즈 레스토랑에서 들려주는 거요? 뽕짝? 그게 팝인가요? 잘 몰라요. (장영주는 이쪽은 통 모른다. 나훈아, 이미자도 물론.)
_당신처럼 되고 싶어하는 후배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연주자로 산다는 건) 좋은 점이 너무 많아요. 정말 재미있고 만족스럽고. 권하고 싶어요. 대신 솔직히 힘든 점도 굉장히 많거든요. 퍼스널 라이프가 없어요. 그걸 받아들일 수 있고 그래도 음악이 너무 좋고 무대에서 연주하는 게 좋으면, 이만큼 행복하고 보람 있는 삶은 없는 것 같아요. 근데, 무대에서 떨고 음악은 좋지만 친구들하고 시간 보내고 싶어, 남자친구하고 주말마다 만나고 싶어, 그러면 맞지 않아요. 행복해질 수 있는 다른 길을 빨리 찾는 게 나은 거 같아요. 빨리 결정하는 게 좋아요. 학교 가서, 유학 가서 몇 년 동안 고생한 다음에 그러는 건 시간 낭비 같아요."
_바이올린 말고 다른 걸 했다면?
"퍼스널 쇼퍼(Personal Shopper)! 저는 이 세상에 이 직업 같이 재밌는 건 없는 거 같아요. 다른 사람 아웃핏 해주고 대신 쇼핑해주고. 그보다 좋은 거 있어요?"
_현재 삶에 아주 만족하는 것 같네요.
"저는 굉장히 행복해요."
장병욱 선임기자 aje@hk.co.kr
오미환 선임기자 mhoh@hk.co.kr
김소연 기자 jollylife@hk.co.kr
강지원 인턴기자(서울여대 언론홍보4)
박영채 인턴기자(고려대 한국사4)
■그녀에겐 너무 낯선 '리얼 라이프'
공항, 호텔, 콘서트홀, 공항, 호텔, 콘서트홀. 연간 100회 이상 연주를 하는 장영주의 동선은 이 서클의 반복이다. 집에 있는 날이 거의 없다. 6월에 하루, 8월에 이틀, 10월에 이틀. 내년 1월에나 집에 갈 수 있단다. 평범한 일상을 누리기엔 너무 바쁘다.
인터뷰 도중 그가 휴대폰에 저장한 사진을 보여줬다. 쿠키다. "처음으로 직접 구운 거예요. 이게 오븐에 넣기 전, 이건 오븐에서 꺼낸 것(맙소사, 형태를 알아볼 수 없게 한덩어리로 붙어버렸다). 인터넷 보고 한 건데, 왜 이렇게 됐죠? 어떡해? 쿠키가 아니라 떡이야, 떡! 아우, 창피해서 정말."
어찌 쿠키뿐이랴. 어릴 때부터 무대에서 살다시피 한 그에게 요리 같은 평범한 일상은 어쩌면 낯선 것일 터. 친구가 결혼식 파티 대신 마련한 캠핑에 가본 이야기는 더 가관이다.
"이틀 동안 너무너무 힘들었어요. 캠핑장에 가보니까 전화가 안돼. 거기서부터 기분 엄청 나빴어요. 무엇보다 헤어드라이어 꽂는 게 없어요. 막 울고 싶은 거야. 캠핑장 어떻게 생겼는지도 몰라서, 이따만한 하이힐 갖고 갔는데. 호텔 생활만 해본 사람이 캠핑 가서 한 방에서 여자 열두 명과 이층침대에서 자고. 이건 완전 고문이에요, 고문. 하하하."
친구들이 "너는 '리얼 라이프'를 너무 모른다"고 얘기할 때가 많다고 한다.
"제가 운전도 하긴 하거든요? 그냥 오토매틱으로 살살살살. 하이웨이는 무서워서 못 타고요. 딱 두 번 해봤어요. 오른쪽으로 1마일 가고, 왼쪽으로 1마일 가고 하는 정도. 차선 변경은 죽어도 못해요. 2년 전인가, 3년 전인가, 크리스마스 바로 전에 연주가 없어서 집에 있었어요. 친구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보내려고 예쁘게 쌌는데, 그 다음 단계를 모르는 거야. 제가 항상 호텔에 사니까, 선물 보내는 거 호텔에서 다 알아서 해줬거든요. '어떻게 해야지? 이게 가는 거야?' 하니까 엄마가 '우체국 가면 되잖아' 이래요. 우체국이 어떤지도 모르겠고, 일상의 삶을 좀 더 배워야 한다고 느낄 때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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