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뎅기열, 국내 첫 감염? 32세 여성 해외여행 후 39일 만에 발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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뎅기열, 국내 첫 감염? 32세 여성 해외여행 후 39일 만에 발병

입력
2011.11.09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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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6월11일 이미나(32ㆍ가명)씨는 서울의 한 대형병원 응급실에 실려갔다. 사흘 전부터 열이 오르고 오한과 두통, 근육통에 시달렸다. 항생제를 처방 받았지만 이튿날엔 얼굴과 손목에 발진이 나면서 가렵기까지 했다. 이씨는 또 다른 병원을 찾았고 약 알레르기가 의심된다는 말에 먹던 약을 끊었다. 하지만 차도가 없었고 발진은 온 몸으로 번졌다. 결국 집 근처 도시인 경남 진주의 병원에서 혈소판감소, 백혈구감소, 간효소수치 상승 등을 확인했다. 뎅기열 바이러스 감염을 의심할 만한 결과였다. 질병관리본부는 이씨에게서 뎅기열 항체 중 하나인 IgM 양성으로 뎅기열 감염을 확인해 주었다.

다행히 6월15일부터 이씨의 증세는 나아지기 시작했지만, 보건당국은 긴장했다. 대표적 열대병인 뎅기열이 국내에서 발생한 것으로 의심되는 첫 사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도대체 어떤 경로로 이씨가 감염됐는지는 미스터리다.

짐작되는 원인은 세가지다.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가능성은 해외 감염이다. 신혼인 이씨는 올해 4월24일부터 5월1일까지 인도네시아 발리섬으로 신혼여행을 다녀왔다. 인도네시아는 지난 해 8월까지 뎅기열 감염자수가 8만65명으로 가장 많은 나라다. 이씨도 신혼여행 중 모기에 물려 왼쪽 발목이 가려웠다고 기억했다. 하지만 이씨는 뎅기열의 잠복기(최대 14일)를 훨씬 지난, 여행 후 39일이 돼서야 증상이 나타났기 때문에 발리에서 감염된 것으로 보기 힘들다는 것이 보건당국의 판단이다.

외국이 아니라면 국내에서 감염됐을 가능성이 있는데, 보건당국이 가장 우려하는 일이다. 우리나라에도 뎅기열 바이러스를 옮기는 매개 모기 중 하나인 흰줄숲모기가 서식한다. 질병관리본부는 이씨가 사는 사천시로 3명으로 구성된 역학조사팀을 내려 보내 즉각 조사를 벌였지만 근거를 찾지 못했다. 박지혁 질병관리본부 역학조사관은 "이씨의 거주지 반경 2㎞ 이내에 흰줄숲모기가 많이 나타나는 대나무 군락이 있었지만, 이곳의 모기를 채집해 검사한 결과 뎅기열 바이러스가 나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씨 외의 추가 환자도 없어 국내 발생을 뒷받침할 증거는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도저도 아니라면 '무증상 감염' 가능성이 남는다. 외국에서 감염된 뎅기열이 아무 증상도 나타내지 않다가 뒤늦게 확인됐다는 것이다. 박 조사관은 "이씨의 증세가 사실은 뎅기열과 비슷한 약 알레르기 반응이었는데 우연히 뎅기염 검사를 받아 증상이 없던 감염을 확인하게 된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윤승기 질병관리본부 역학조사과장은 "명확한 원인을 찾지 못해 우리도 답답하다"며 "혹시라도 국내에서 감염됐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해 추가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김지은기자 lun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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