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규 시작 330일만에 도출된 한진중공업 노사의 잠정합의안은 합의서가 체결된 9일부터 1년 내 해고자 94명 재고용, 생계비 2,000만원 분할 지급이 핵심 내용이다. 10월 7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권고안을 대체로 받아들인 것이다. 이로써 해고자들은 내년 11월께 영도조선소로 돌아올 길이 열렸다.
이번에 재고용이 결정된 94명은 사측이 지난해 12월 15일 생산직 400명에 대한정리해고 방침을 밝힌 뒤 2월 15일 해고된 172명 중 해고를 받아들이지 않은 이들이다.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이 국회에서 지원하기로 약속했던 정리해고자 1인당 생계비 2,000만원 가운데 1,000만원은 합의서 체결 10일 이내에 우선 지급하고, 나머지는 2012년 3월, 7월, 11월 등 3차례에 걸쳐 나눠 지급하기로 했다.
재취업과 생계비 지급은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해고무효확인청구소송과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사건을 취하한 정리해고자에게 적용한다.
형사 고소ㆍ고발ㆍ진정 사건은 노사 쌍방 모두 취하하기로 했으며, 지부와 지회 및 개인에 대한 민사상 손해배상청구(가압류 포함)도 최소화하기로 했다.
또한 노사의 이 같은 합의사항은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지도위원 등 크레인 농성자 4명 전원이 퇴거한 날로부터 효력이 발생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노사는 합의서 내용 외에 ▦희망버스 관계자에 대한 형사고발 취하 ▦개인에 대한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 취하 ▦1월 11일 및 6월 27일 퇴거 및 출입금지 등 가처분 결정에 대한 간접 강제신청 취하 등도 별도 회의록에 담아 합의했다.
노조는 이 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찬반투표가 9일 경찰과의 충돌로 무산된 후 10일 오후 2시 찬반투표를 실시키로 했다. 투표에서 합의안이 가결된 뒤 김진숙 지도위원 등이 크레인에서 내려오면 잠정합의안이 곧 최종합의안이 된다.
하지만 풀어야 할 과제는 아직 남아 있다. 먼저 사측이 일감 부족 등을 이유로 정리해고 협상이 진행 중이던 지난 2일 생산직 669명 가운데 260여명을 유급 순환휴직을 시작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이는 새로운 노사 갈등의 원인이 될 소지가 있다. 또한 파업 때문에 진행하지 못한 임단협도 남아 있다.
근본적으로는 사측이 규모가 크고 인건비가 저렴한 필리핀 수빅조선소를 주력으로 키우면서 영도조선소의 수주물량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추후 또 다시 구조조정을 단행할 가능성도 없지 않아 분규의 불씨는 내재돼 있는 상태다.
부산=강성명기자 sm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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