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의 공식 전기 <스티브 잡스> 를 쓴 월터 아이작슨(59)은 지난달 5일 숨진 잡스를 "세상을 변화시킨 천재이며 피카소, 아인슈타인처럼 다르게 생각한 사람"이라고 평했다. 스티브>
유명 언론인이자 전기작가인 아이작슨은 자신이 회장으로 있는 워싱턴의 비정부기구 아스펜재단에서 8일(현지시간) 한국 특파원들과 만나 잡스와의 인연 등을 1시간에 걸쳐 자세히 털어놨다.
그는 모든 게 잡스의 선택이었다고 했다. 잡스는 2004년 자신을 다룬 책들이 진실과 거리가 있자 전기작가로 유명세를 타던 아이작슨에게 도움을 청했다. 당시 벤저민 프랭클린에 이어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전기를 쓰고 있던 아이작슨은 "당신은 전기를 쓰기에 너무 젊다"며 "20~30년 뒤 은퇴하면 생각해보자"며 거절했다. 그때 잡스는 "'프랭클린과 아인슈타인 다음에 내가 놓일 수 있느냐'는 반농담을 했다"고 아이작슨은 회고했다.
두 사람의 재회는 생각보다 빨리 찾아왔다. 2009년 잡스의 부인 로런 파월(47)이 잡스가 췌장암에 걸린 사실을 알려오면서 그에 대한 전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월터는 이를 위해 40번 넘게 잡스를 인터뷰했고, 한밤 중에는 전화로 취재했다.
잡스는 그러나 생전 자신의 전기에 대한 원고를 보지 않았고, 책의 방향도 제시하지 않았다. 아이작슨은 "잡스는 객관적인 책이 되길 바랐고, 나도 정직하게 기록했다"며 "다만 책 표지 디자인은 잡스의 작품"이라고 했다.
아이작슨은 잡스 사후의 열풍에 대해 "잡스가 세상에 남긴 감성적 연결고리 때문"이라고 했다. 비틀스의 존 레넌이 숨졌을 때 사람들이 노래로 그와 연결됐듯 잡스의 아이폰, 아이팟으로 그와 감성적 유대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아이작슨은 잡스가 마지막 순간 유언처럼 세 번 반복한 '오, 와우'의 뜻을 "마지막 순간의 아름다운 감정을 비유한 것, 세상 사람들에게 안녕 인사를 한 것, 또는 삶은 미스터리란 뜻이 담겨 있을 수 있다"고 해석했다. 아이작슨은 "그는 성격이 괴팍하다"며 "하지만 감성적이고 예술적이며, 아름다운 것을 생각하며 눈물을 흘렸다"고 말했다. 또 "1960년대 히피 문화에서 비롯된 그의 반사회적 성향이 독창성을 이끌어냈고, 지금은 애플의 핵심 정신이 됐다"고 분석했다.
아이작슨은 부인 로런을 잡스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준 인물로 꼽았다. "로런 덕분에 잡스의 모순적인 성향과 생활들이 하나로 묶어지고 지탱됐다"고 했다.
그는 "잡스가 삼성을 매우 존중했고, 좋은 파트너로 생각했다"면서 "그러나 삼성이 구글의 안드로이드 진영으로 가자 몹시 화를 냈다"고 전했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